낯익은 세계를 향한 낯선 언어,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기정 시인이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구름의 화법>이 당선 후 7년 만에 첫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모악)을 펴냈다.

모두 4부에 걸쳐 실은 62편의 시는 활달한 화법과 다채로운 상상력을 토대로 한다.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그늘에 가려진 불안한 내면들을 주목하는데 또 다른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꼭 빼닮아 낯익은 듯 낯설다.

<접는> 중 ‘두 점의 폐곡선이 만날 가능성보다/당신과 나란한 평행선이 만날 수 있기를’ 같은 구절은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불가능한 세계 속으로 빠르게 접근해간다. <유리창>에서도 이쪽 풍경과 저쪽 풍경을 구분지은다음 세계의 바깥을 향한 인간의 오랜 욕망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제까지의 세계가 얼마나 게으르고 권태로웠는지 깨닫게 하고 우리가 정상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무참히 깨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내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또 다른 내가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나라는 사람과 세상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을 거다.

문태준 시인은 “신기하고 매력저긴 질문들이 그득하다. 빤한 세계, 상투적인 세계를 뒤집어 낯설고 위험한 세계가 위로 솟아오르게 한다. 또한 처지와 관점을 맞바꿈으로써 관계에 대해 선입견 없이 처음부터 다시 생각게 한다. 이러한 전복의 시도는 싱싱하고 신선하고 특별한 상상으로부터 샘물처럼 생겨난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임실 출신으로 우석대 대학원 문창과를 졸업했다. 2007년 5‧18문학상을 수상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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