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주도하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지방출자출연기관으로 곧 문을 열 것 같다. 호남지역의 한국학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기관으로 전라도의 역사문화를 총괄하는 호남학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 이야기가 나온 것은 10년도 넘는다. 전북도 이 논의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호남을 표방한 만큼 전북의 참여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흥원의 설립 장소, 사업 배분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결국 전북은 불참하게 되었다.
전북이 빠졌으나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설립은 축하할 일이다. 향후 전북지역 연구자들도 전남만이 아닌 전북을 아우르는 진정한 호남학의 발전을 위해서 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북 역사문화 연구의 진일보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전북지역의 한국학 자료를 수집조사하고, 전북의 역사문화를 밝히고 전북정신을 정립하기 위해는 전북학연구기관이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전남 중심으로 간다면, 전북도 이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총괄하고 문화원형을 찾아 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연구기관이 필요하다.
몇 년 전에 전북도와 부안군이 반계 유형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실학원 건립을 추진한 바 있다. 반계는 부안 우반동으로 낙향하여 토지제도를 중심으로 조선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담은 '반계수록'을 집필한 실학의 비조이다. 성호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 11, '법'에서 조선개국이래 시무를 알았던 분은 율곡 이이와 반계 유형원뿐이라고 하였다.
호남실학원 설립이 논의될 때 호남의 실학과 함께 차제에 전북의 역사문화를 총괄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광주에서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을 추진하는 만큼 전북에서는 호남실학원을 건립하여 전북의 역사와 정신을 세우는 중심기관으로 삼자는 것이다.
그런데 호남실학원 설립이 전북도와 부안군이 실학원 운영을 놓고 합치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계 유형원 학술대회를 매년 열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경기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원이 있고, 영남에는 안동에 국학진흥원이 있다. 충청도는  충청유교문화원을 논산에 건립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광주ㆍ전남에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이 들어선다. 그렇다면 전북의 역사문화, 전북정신은 어떻게 되는가.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광역자치 시도 중에서 지역학이 없는 곳은 전북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전북학은 90년대 잠깐 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역사문화와 정신도 중요하다. 전북의 역사와 정신은 지역의 뿌리이고 자존감이다.
문화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전북학이 필요하다. 지역경제와 재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전북학 연구기관이 설립되어서 전북인의 자존감과 의식의 한 중심이 되고, 지역 문화원형을 조사하고 제공해 지역발전을 이끄는 기반과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광주ㆍ전남에서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전북에서 호남실학원을 건립한다고 지원을 요청했을 때 중앙정부가 난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이 전북을 제외한 채 인가됨으로 해서 전북의 호남실학원 건립도 독자적 설립의 명분을 가지게 되었다.
전북도에서 ‘전북몫 찾기’, ‘전북자존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시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비가시적인 전북정신과 역사가 같이 가주어야 한다고 본다. 호남실학원이 설립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전북연구원에 전북학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전북학센터는 두세명의 관련전공자만 확보해도 지역 연구의 고리로 우선 출범할 수 있다. 전북학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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