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한 번 못하고/보여준 것 없고/항상 머뭇거린 나

시작 한 번 했더니/안경을 쓴 것처럼/세상이 밝아 보인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반 백년 시간이 흘러 배움의 갈망을 해소한 김판순(69·여·남원시)씨의 시 ‘안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부족한 배움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한 글자 한 글자 공책에 담아 써낸 작품이다.

김 씨는 1년여 배움을 통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지금의 상황을 “살아생전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고 표현했다.

“어부이 핵교 댕겨오겠심다/그랴 조심희 댕겨오니라

책보는 내던지고/또랑으로 직행이다

어부이 핵교 댕겨왔심다/아이쿠 책보는 팽개치고 줄행랑이다

담임선생님 가정방문/어머니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계셨다

소학교 중퇴한지 70년이 지난 지금/그 때, 그 시절이 후회가 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어/다문화센터 한글학교가 있으니까

눈은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려도/모두가 즐거운 한글학교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하하 호호 즐거운 한글학교

내 인생의 학교생활은 지금부터”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시를 써낸 김점수(76·여·장수군)씨는 “다 늙어 배우고 있는데도 자녀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며 지난 4년여 배움을 돌이켰다. 김 씨는 배움을 통한 가장 큰 기쁨을 “손자들한테 알려 줄 게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12일 늦깍이 학생들이 주경야독 배움의 갈망을 해소하고 서툴지만 작품을 선보이는 시화전, ‘전라북도 문해의 달 기념식’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전북도청 주최로 열렸다.

김점수씨는 전라북도도지사, 김판순씨는 전라북도교육감 표창을 수상하는 등 32명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강현직 전라북도 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학업의 기회를 놓쳤지만, 늦은 나이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성적이고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인 문해교육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더욱 확대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이 더욱 커졌다”면서 “성인 문해교육에 관심과 애정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해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에 해당한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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