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1945년 해방 이후 개최된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종목이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정모가 레슬링 매트 위를 태극기를 들고 뛰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처럼 레슬링은 우리나라 체육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종목이다. 전북 레슬링은 한국 레슬링의 역사일 만큼 전통이 있다. 전북 선수 출신인 김동진 대한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으로부터 전북 레슬링 발전 방향에 대한 구상을 들어 봤다.

-최근 제35회 회장기 전국레슬링선수권대회 및 제27회 회장기 전국중학생레슬링선수권대회가 전주에서 열렸습니다. 이 대회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번 대회에는 제30회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를 비롯해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류한수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전국 중고대학 및 일반부 1,500여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10월 충북 충주에서 열리는 제98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가장 마지막에 개최된 대회였습니다. 각 출전 팀의 기량을 최종 확인하는 대회로 전북선수단은 체전을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았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출전을 위해 전주를 방문한 선수단만 1,500여명 규모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스포츠 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전주의 관광문화 자원을 홍보하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대회의 성공적인 유치와 진행을 위해 도움을 주신 레슬링 계 선후배와 전주시 등 관련 기관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방 출신이 중앙종목단체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매우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흔치않은 기회를 주어준 것이 레슬링인데, 레슬링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레슬링은 제가 존재하는 이유인 동시에 제가 제 2의 인생을 걷게 해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레슬링과의 첫 인연은 완산초등학교 5학년 때 였습니다. 매트에서 구르며 땀을 흘리는 것이 좋았던 시절을 거치며 전주동중학교를 졸업하고 완산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레슬링 선수로 여러 대회에 출전하며 꿈을 키워갔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예기치 못한 허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부상 여파로 인해 선수로서 미래를 꿈꾸던 저의 계획이 한순간의 물거품으로 변했습니다. 선수로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했던 저는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의 평범한 생활은 초등학교 스승이셨던 구기섭 전 도체육회 사무처장님을 만나면서 끝나게 됐습니다. 레슬링협회라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선수로 못다 이룬 꿈을 레슬링 행정을 통해 이룰 수 있다’며 전북레슬링협회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 이후 저의 모든 생활은 레슬링협회와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1995년 전라북도레슬링협회 이사로 협회에 들어와 현재까지 22년간 전북레슬링협회 전무이사와 부회장, 그리고 대한레슬링협회 홍보이사를 거쳐 지금은 상임부회장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선수로서 올림픽에서 메달은 따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협회 임원으로서 후배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통해 ‘레슬링 인’이라는 무한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레슬링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레슬링이 중심에 서있지 않았다면, 저의 존재감도 없었을 것이며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레슬링이란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고마운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전북레슬링협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전북 레슬링의 전통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전북레슬링은 한국 레슬링 역사와 함께 했다하더라도 과언은 아닙니다. 1960년대 초 안광열 사범이 전라북도에 레슬링의 뿌리를 내렸으며 70년대에는 전국체전에서 10연패의 위엄을 달성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전북은 유인탁(LA올림픽 금메달), 김태우(88올림픽 금메달), 백승현, 배기열, 안천영, 안찬영, 김승민 양영진 등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레슬링을 빛낸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배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전라북도 레슬링은 어떤 수준인지요.
▲안타깝지만 한국 레슬링이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하면서 전북레슬링도 침체기를 같이 겪게됐습니다. 현재 전북레슬링은 전국에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도내에는 중학교가 6개 팀이 있습니다. 비교적 육성팀이 많아 선수저변이 넓은 편입니다. 그러나 레슬링은 힘든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전하고 비인기 종목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탑클래스의 선수 육성이 어려워 전력이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전국체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상위권 진입을 위한 대책이 있는지요.
▲하루 아침에 전력이 급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성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북레슬링협회 주관으로 선수단은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도내에 타시도 우수팀 전지훈련을 유치하여 우리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특히, 최하위권에 있던 전북체고의 전력이 급상승했고 전주대, 원광대, 전북도청, 완주군청 팀의 전력도 작년대비 크게 좋아졌습니다. 다음달 충북체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둬 전북 레슬링의 자존심을 되찾겠습니다.
-전북레슬링의 비전이 있다면.
▲전북레슬링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레슬링 선수들의 저변확대가 최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중학교 레슬링선수들을 많이 육성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또한 전북체고 한 개팀에 머물고 있는 고등학교팀을 최소 2~3개팀으로 늘려 서로 경쟁력있는 선수육성과 경기력 향상에 주력 할 수 있아여 합니다. 협회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교팀 창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북 레슬링들과 함께 열정과 지혜를 모아 전북 레슬링을 반드시 부흥 시키겠습니다. 레슬링인과 체육인,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도민들에게 전북레슬링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병재기자·kanadasa@

■ 프로필
▲1981년 완산고 졸업 ▲1995년~2007년 전북레슬링협회 이사 ▲2007년~2010년 전북레슬링협회 전무이사 ▲2012년~현재 전북레슬링협회 부회장 ▲2016년~현재 전라북도 체육회 이사 ▲2017년 현재 대한레슬링협회 상임부회장 ▲전북도지사 표창(2017년) ▲2006년 국제로타리클럽 3670지구 전일로타리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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