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고 있지만, 농업·농촌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을 기치로 내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권역별로 진행하는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몇 차례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를 지켜 본 농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개헌특위’ 자체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요식행위성 토론회라고 꼬집었다. 특히, 개헌특위 36명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고, 자문위원회 53명 중에도 농업계 인사가 전무해 농업·농촌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 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년 된 현행 헌법에서의 농업 현실은 구시대적이라는 게 농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헌법에는 국가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이 담기는데, 30년 전 9차로 개헌된 헌법에서조차 농업은 한참 시대에 뒤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 헌법 제12조 1항은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다발적 FTA 협상으로 인해 농산물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온난화 및 내수경제 침체 등으로 농촌이 점차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헌법은 지주들의 농민수탈 방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업·농촌을 지원할 정당성이 헌법에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농업·농촌 지원 정책이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헌법에 농업·농촌의 가치와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 의무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새 헌법에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은 식량 안보, 환경과 경관 보전, 농촌사회 전통문화 보전, 생물 다양성 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혜택을 얻는데 반해 농업인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지 못한다.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농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논리를 헌법에 담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개헌특위에 농업계의 의견이 조속히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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