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어느 덧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다. 효과는 분명히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부동산 대책 이후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강남 3구의 경우 가격이 수천만원 하락 된 급매물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여일전 급매3억원 물건이 나왔다며 재건축단지를 추천했던 서울의 한 부동산에서는 9월초가 되어 다시 문의하자 3억원짜리 급매물건은 없고 1억원정도 가격하락을 둔 물건정도만 있다는 설명을 한다.

눈앞의 과제였던 집 값 안정화는 일단 달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과연 최종 목표인 서민주거 안정화에 기여할 것인가는 지켜 볼 문제다.

 이번 8.2 부동산 대책의 주요 골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대출규제 강화에 있다.
계속해서 치솟고 있던 부동산 가격은 투기세력이, 가계대출 문제는 결국 주택담보대출이 그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하면서 부동산, 그 중에서도 주택 구매수요 억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그 결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과수요인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투기세력 또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굳이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투기세력에 대한 규제를 통해 수요가 억제되고, 시장이 위축되면 시장논리상 가격은 균형점을 찾아서 낮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은 틀린 판단이 아니며 단기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수요억제로 이루어진 이러한 균형이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다. 자본주의 시장은 살아있고, 억지로 찍어 누른다고 하여 안정되지 않는다. 실수요가 풍부하고 개발호재가 있다면 결국 가격은 상승했던 과거의 정책을 보아도 쉽게 안정화를 논하기는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2 대책 후 강남권 아파트가 하락세로 돌아선 탓에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7월 31일 0.37%에서 8월 14일 0.05%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강북구는 0.11%에서 0.15%로, 은평구는 0.04%에서 0.06%로 오히려 높아졌다.

또한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가격상승률의 둔화가 실제로 서민주거안정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도 미지수이다. 대출도 전매도 어려워져 투기세력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수요자 역시도 내집 마련이 어려워졌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모기 한 마리 잡으려 온 방안에 모기약을 뿌려대는 형국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존의 제도를 신뢰하고 8월 2일 이전에 매매계약이나 청약을 체결했던 수요자들이 졸지에 변경된 대출규제로 인해 중도금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고, 일시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 역시 투기꾼 취급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부에서는 재산권침해라는 의견으로 정부정책에 반감하는 의견도 간간히 언론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

오히려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고 굳이 전매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 없어, 특별공급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 내 신혼부부 들 사이에는 “분양로또”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다. 강남에 최근 분양하고 있는 단지들의 높은 청약열기를 보아도 과한 표현이 아닌 것이다.

특별히 가격이 하락할 외부 요인이 없어 수년 후 결국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그만큼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독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국토교통부 장관의 표현처럼 주거가 주택의 주된 역할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부동산이 가지는 자산가치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이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마찬가지다. 부동산의 가치가 정점을 이루던 90년대와 현재 PIR(소득대비주택가격지수)을 비교해 보면 현재 부동산 가격이 버블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더 이상 부동산 투자로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도 많지 않다.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전·월세 생활에 지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와 자산증식의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를 걷어내어, 서민을 위한 정책이 자칫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실수요자 구제 대책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였으며, 9월 말 발표예정인 가이드라인에는 공급대책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급한 불은 꺼졌다. 단기적 대책으로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키는 데는 이번 8.2 대책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용수철은 누르면 누를수록 크게 튀어 오르는 부동산 정책의 특성이 염려스러울뿐이다.

규제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던 정책을 내 놓았던 만큼 앞으로의 정책기조가 공급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지금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집값 안정화는 신기루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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