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

우리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식물종자에 달려있다. 약 1 만 년 전부터 인류는 종자에 의존한 농업을 시작했다. 가을 추수에서 가장 좋은 종자를 선택했다. 그 종자는 이듬해 파종할 때 까지 신들이 머무는 곳에 귀하게 보관했다. 그런 노력을 자손의 자손들까지 잘 따라 오늘의 인류는 73억 명에 이르렀다.
인간은 식량이 더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종자를 개량했다. 좋은 종자가 더 풍성한 수확을 보장했고, 인류의 번영을 가져 왔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에 멘델은 수도원에서 모양과 색깔이 다른 완두콩을 결혼시켜 보았다. 우리는 이를 교잡(Cross)이라고 한다. 그 동안 그저 좋은 종자를 선택하던 방식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식물들을 교잡해 양과 질이 더 낳은 새로운 종자를 만들었다.
지난 백년간 이런 종자 개량기술로 세계 주요 식량은 두 배 이상 양적 증가를 이뤘고, 좀 더 사람 입맛에 맞추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광복 후 우장춘 박사님과 후학들이 평생을 바쳐 이룬 교잡 종자기술로 ‘사람 입맛에 맞는 배추 한 잎’과 색깔 좋은 고추의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거기다 쌀밥을 배불리 먹는 데도 이런 종자개량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종자 개량은 지구상 모든 나라와 민족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큰 세계 종자시장이 형성됐다. 최근 전 세계 종자시장은 50조원 규모가 넘었고 매년 8~9% 이상 계속 성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종자개량 기술의 변화는 초급행이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신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 교잡육종기술 보다 정밀성이 높은 생명공학기술로 숙기지연 토마토 종자가 1990년 초에 나타났다. 그 이후로 생명공학은 제초제 저항성 및 해충저항성 종자 개량에 획기적인 기술로 자리매김 했다. 그 성장이 어마어마하여 현재 전체 종자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2억 헥타르 이상의 농경지에 매년 파종되고 있다. 
종자 개량 기술의 혁신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초음속으로 진화하고 있다. 1953년 유전자구조가 밝혀졌다. 그 이후 거듭된 노력으로 세계 주요작물의 유전자 정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신 생명공학기술이 이를 활용해 초정밀·초고속으로 종자개량에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신육종기술(New plant breeding technology)이라고 총칭한다. 신육종기술은 흔적 없이 목표하는 특성을 얻어낸다. 그것도 아주 신속하게 말이다. 그 동안 전통 육종에서 50년 걸려 이루었던 복합병저항성 특성 획득을 신육종기술은 3년 만에 이루어 낼 수도 있다. 거기다 유전자정보를 가지고 정확한 위치에서 유전자의 특성을 개량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특성을 가진 종자를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선진 각국은 신육종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어쩌면 종자개량 기술을 가진 나라가 미래 인류식량의 결정자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농업의 혁신은 종자 개량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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