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종 카톨릭관동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서남대 폐교가 가시화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62조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의 명령을 3회 이상 위반하고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 학교를 폐쇄할 수 있다. 서남대 의대는 평가인증을 받지 않아 ‘2018학년도 의학전공학과 신입생을 모집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결론부터 애기하자면 서남대 폐쇄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남대는 전라북도 동남부권에 소재하는 유일한 대학이다. 남원, 임실, 순창 등 전라북도 동남부권은 이미 인구감소세가 도드러져 빈집과 빈상가가 쏟아지고 지역경제가 무너지는 등 공동체 붕괴현상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 서남대 폐교는 이미 축소도시 현상을 겪고 있는 전라북도 동남권 지역의 완전 소멸을 급속하게 촉진하게 될 것이다.

지역 대학이 지역경제 미치는 효과는 대략 전체 학생 1,000명을 기준으로 할 경우 매년 최소 100억x(1+α)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지역대학은 수많은 파생적 경제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대학설립에 따른 지가 상승으로 인한 소득증대 효과, 파급 고용 증대 효과, 서점 및 식당 고급 레스토랑 등 전반적인 상가의 증가와 시장의 활성화, 문화행사의 증가로 문화적 욕구 충족, 지역발전의 인프라 및 인재 공급 등이 그것이고 이러한 파생적 경제 효과는 계량적인 수치로 환산이 불가능하지만 기존의 총 지출에 따른 경제효과의 5~10배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미 선진국에는 시골의 소도시가 대학도시로서의 명성을 유지하는 사례가 셀 수 없을 만큼 흔하다. 미국의 블루밍튼시는 인구 7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이지만 학생 정원 5만명에 달하는 명문 주립대 인디애나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 뉴욕주의 이사카시는 인구가 3만명에 불과하지만 아이비 리그 최고의 대학으로 학생 정원이 약 2만명인 코넬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에서 대학 경영혁신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는 워릭대학은 학생 정원이 약 2만3000명에 달하고 있는 반면 워릭대학이 소재한 코번트리시는 인구 약 30만명의 소도시이다. 코번트리시는 고다이바 부인의 일화로 유명한데, 이는 고대 머시아 왕국의 레프릭 영주 부인 고다이바가 주민들의 세금을 감면해 주기 위해 벗은 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마을 사람들은 부인이 마을을 돌 때 아무도 내다보지 않기로 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톰이라는 양복점 직원이 본능을 이겨내지 못하고 몰래 훔쳐봤는데 훔쳐보는 순간 장님이 되었고 이 때부터 영국에서는 다른 사람을 엿보는 호색가를 가르켜 ‘Peeping Tom(엿보는 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역 경제에서 지역 대학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지역주민들이 예외없이 대학의 폐쇄나 이전을 반대해 왔다. 2014년 세명대가 하남시에 제2캠퍼스를 건립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체 제천 시민들 가운데 약 절반이 이전반대 서명운동에 참여를 하고 “세명대가 하남으로 간다면 제천시장도 같이 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었다. 2013년 홍성에 소재한 청운대 역시 인천캠퍼스에 둥지를 틀 때, 충남 홍성군 주민들은 ‘청운대 이전반대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홍성군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지역대학이 지역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지역은 대학의 발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제천시는 ‘제천시 관내 대학 협력 지원 조례’를 운영하고 있고, 문경시는 대출제한 대학인 관내 소재 대학에 60억원을 지원한바가 있다.

그동안 많은 곳에서 서남대 인수계획서를 제출하였으나, 교육부가 모두 반려하면서 서남대 정상화 방안이 물거품이 되었다. 이에 따라 서남대 폐교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서남대 폐교는 지역공동체 붕괴를 넘어 지역소멸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이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남원시는 서남대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전라북도는 최소한의 예산 지원이라도 해서 학생들이 받는 고통을 줄이고 서남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지역차원에서의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그간의 불투명하고 일관성없는 행정에서 탈피하여 서남대학교 문제가 단순히 교육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생존과 번영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간 지역의 지도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수많은 공약을 제시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남대 정상화 없이 전라북도 동남권 지역 발전은 없다. 지역의 지도자 모두가 서남대 정상화를 위해 일치단결하고 이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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