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식·농림·축산·화훼 등 업계는 매출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만난 관련 종사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계절을 나고 있다며 “암담하다”, “난망하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지역에선 예산을 들여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한정되고 문턱이 높아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훼 업계는 시장이 위축되고 산업이 내몰리는 등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피해의 대명사로 꼽힌다.

전북 지역 대표 화훼 업계인 로즈피아 이광진 전무는 “품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김영란법은 화훼 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국화 등 화환의 경우 가격을 맞추기 위해 조화와 생화를 섞어 판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관공서 인사철 축하 선물로 애용되던 난과 분화는 타격이 심각해 ‘반토막 났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고 토로했다.

또 “법 시행 이후 문을 닫겠다는 업체는 하루가 멀게 늘어나는 반면, 새로 업계에 진입하는 경우는 전무하다”며 “고급화 전략, 수출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국가나 지역에서의 도움이 절실하다. 일본의 화훼산업진흥법도 한 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북도가 올 2월 화훼 업계를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피해 모니터링 조사를 벌인 결과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A업체의 경우 설 명절을 맞은 지난해 1월~2월과 김영란법 시행 직전인 8~9월(추석 명절 포함) 매출이 5000만원 가량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축산 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던 지난해 9월 41%에 해당하는 한우 시장 점유율이 법 시행 이후 35%로 줄어드는 등 한우 거래는 급감했다. 이로 인해 수입산 쇠고기를 장려했다는 축산 농가의 분통이다.

완주군에서 20년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전국한우협회 전북도지회 박일진(50) 한우자조금관리위원은 “현재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김영란법으로부터 기인한 시장 위축 탓에 매출이 평년 동기간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법 취지에 공감하고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사회적 약자인 농민과 소상공인만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농축산물에 대한 예외 규정 적용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직거래 유통구조 형성을 골자로 한 지금의 지원책은 자금 규모 등 소상공인에겐 먼 일이다”고 강조했다.

전북도 축산 업계 청탁금지법 피해 모니터링 조사 결과에서도 매출 감소세가 동일하다. 쇠고기 판매 B업체의 경우 지난해 1월~2월과 김영란법 논의가 한창이던 7월~8월 매출이 6000만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전북도는 화훼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판로 지원 사업을, 축산 업계는 쇠고기·돼지고기·축산물가공품 등 3개 품목에 대한 ‘소포장 개발 사업’(2016년~2018년·14억4000만원)과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단계를 축소시키는 ‘산지거점 축산물 유통·가공시설 사업’(2017년~2021년·98억)을 추진 중에 있다./신혜린·권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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