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앞둔 28일 오전 10시 고소한 냄새와 함께 웃음소리가 골목 어귀에서부터 전해진다.

발길이 닿은 곳은 전주 완산노인복지관, 이곳에선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웃고 떠들며 송편을 빚고 있다. 명절을 맞아 ‘사랑 빚기 송편 나눔’ 행사가 열렸다.

전주기전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어울림’ 동아리 회원이자 만학도인 송호근(55·중화산동)씨는 투박한 손으로 송편을 빚는 모양새가 어색하다. 비뚤배뚤 그가 빚은 송편은 모양도 제각각이다. 옷가지와 얼굴 곳곳에 밀가루를 뒤집어쓴 그는 “송편을 처음 빚어 어색하나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올 추석에는 집에서도 송편을 빚어야겠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자리에는 전주기전대학교 어울림 동아리 회원 6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완산노인복지관에서 오후 양지노인복지관, 하루 뒤인 29일 동암재활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평소 완산노인복지관을 줄곧 다니던 박영례(78·여·평화동)씨도 “집에 혼자 있어봐야 뭐해.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좋은 일도 한다니 왔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주름 깊은 손에서 빚어진 송편은 그의 마음씨만큼이나 고왔다. 그는 함께 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누가 더 예쁜 송편을 빚나 솜씨를 겨루기 여념 없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후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봉사활동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구자군(5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주지원 운영부장은 “이날 행사는 사회 각층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아동복지센터를 찾아 불우 아동에게 학용품을 전달하고 노숙인 쉼터를 찾아 후원 활동을 벌인데 이어 노인복지기관을 찾게 됐다. 앞으로도 무료 배식 등 어려운 이웃을 살피며 함께하는 공공기관 상을 구축해가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진주(29·여) 직원도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전하러 왔다가 소중한 경험을 선물 받았다”면서 “명절에도 자칫 외로울 수 있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전달됐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자원봉사자 20여명이 빚은 송편은 전주시 완산동 독거 및 저소득 가구에 전달됐다.

완산노인복지관 배명희(54·여) 복지부장은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나눔 행사에 감사한 마음이다”며 “한가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찾아 더불어 행복한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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