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횟집 김씨는 날마다 / 광어를 해탈시킨다 / 김씨의 칼에 산산조각이 되어도 / 광어는 아무 고통이 없다 / 고통도 없다 / 가장 아플 수 있는 상처가 아플 겨를도 없다”
  차창룡 시인의 ‘목탁 9’라는 제목의 시 일부분이다. 광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이다. 머리와 뼈 위에 얹어 놓은 흰 살에 맑고 투명한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게 이만저만한 낙이 아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아직도 살아 꿈틀대는 광어의 머리에 상추 한 장 올려놓고 가리는 예의를 갖추기도 한다.
  광어는 가자미목 넙치과에 속하는 국민생선의 하나다. 넓적한 생김새 때문에 넓을 광자를 써서 광어라 부른다. 순수 우리말로는 넙치다. 바다 밑바닥에 배를 붙이고 사는데 보통 40-80cm 정도의 크기다. 중국에서는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고 해서 비목어라고도 한다. 먹이로는 갑각류와 연체동물, 작은 어류 등을 먹는다. 비슷한 어종으로는 참가자미와 도다리 등이 있는데 눈의 위치로 구분한다.
  맛과 영양 면에서 광어는 생선 중 으뜸이라고 할만하다. 미식가들은 아직 산란기를 맞기 전인 겨울철 자연산 광어를 최고로 친다. 봄이 되면 산란을 하고나서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3월 광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광어는 담백하면서도 감미로우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영양분도 골고루 많이 들어 있다. 우선 단백질이 다른 어류에 비해 풍부하다. 알라닌과 그리신은 단맛을 내고 이노신산과 글루탐산은 고소한 맛을 내는 영양소다. 또 타우린 성분이 꽤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비타민 A를 비롯한 비타민류, 무기염류 등을 골고루 함유해 영양의 보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광어에 혈압을 낮추는 기능성 물질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제주대 전유진 교수 연구팀은 광어의 근육에서 고혈압 유발물질인 ACE를 억제하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한다. 콩과 정어리에서 발견되는 이 물질은 광어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다. 실험 결과 광어의 이 물질은 혈관 수축을 방지해 혈압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과 관련 국내 특허 2건과 국제특허 1건을 출원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광어 생산 세계 1위라고 한다. 자연산도 많이 나지만 양식기술의 발달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 맛과 영양 면에서 일본이나 중국산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보듯 광어의 약리적 효과도 상당하다니 고무적이다. 이런 효과들을 잘 홍보하면 세계적 명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 등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니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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