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이 해마다 평균 37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문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이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모두 218명의 직원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4년, 2016년에는 각각 38명이 사망했으며, 올해도 지난달까지 벌써 32명이나  사망했다. 이는 연평균 사망자수 37명에 달하는 수치다.
 우정사업본부가 분류한 사망 원인으로는 ‘질병’이 144명(66%)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이 34명(15.6%)으로 뒤를 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29명, ‘익사’ 4명, 추락사 2명 순이었다. 그 외에도 ‘감전사고’, ‘저체온증’, ‘압사’ 등으로 인한 사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사망자 중 ‘순직’으로 인정된 경우는 고작 24명이었다. 순직자 중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가 14명이었고, 질병이 8명, 압사와 추락사가 1명씩이었다.
 최명길 의원은 “모든 사망의 원인을 업무와 연관짓기는 어렵지만 한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매년 37명 정도 발생하는 것은 우정사업본부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가 조사한 ‘집배업무 종사자의 평균 근로시간’을 보면 2016년 평균 근로시간은 2531시간,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은 50시간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2016년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이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의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이 많다. 멕시코에 이어 2위다. 집배원의 근로시간은 우리나라 평균보다도 462시간 많은 셈이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환경에 놓여 있는 집배원 문제는 최근 서광주우체국 집배원이 과도한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업무 압박’ 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2013년 완주우체국 집배원이 열악한 근로환경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우정사업본부는 노동계가 선정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공공기관으로 유일하게 해마다 포함될 정도로 이미 악명이 높다”며 “열악한 근로환경의 집배노동자 처우개선과 근로시간 축소는 물론 창구업무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와 각종 마케팅 영업에 내몰리는 내근직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의 사망 원인을 면밀하고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재발방지의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 적극적인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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