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치와 경제개발’ 논란의 주인공 제 3공화국 박정희 시대를 중심으로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서학동사진관에서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이다. ‘박정희 시대의 사진표상과 기억의 소환’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박정희 시대를 얘기한다.
  1960~70년대(정확히는 1961년~1979년)는 한국사진사에 있어서도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엘리트 아마추어사진가들의 등장으로 모더니즘 사진이 모색되었고,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사진부가 신설되어 사진이 예술로 공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 사진과가 설치되어 사진의 전문화 과정을 밟았던 시기였던 것이다.
  물론 이번 전시가 사진계를 중심으로 한 예술제도 안에서의 사진적 실천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술제도 밖에서 생산된 사진 표상을 통해 박정희 시대를 살아왔거나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개별 주체들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하고자 한다. 소환된 기억은 그것이 추억이든 반감이든 또는 이질적이고 낯선 공간처럼 다가오든, 박정희 시대를 다기하게 분산시킴으로써 1960~70년대를 ‘하나’의 박정희 시대로만 읽어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한편 박정희 시대의 사진표상을 다루는 데 있어서 반영론적인 읽기를 지양하고 사진의 작동 방식과 표상효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가령 박정희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는 ‘반공’인데, 이 전시는 반공담론 자체가 아니라 반공이 사진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대중과 만났는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반공의 효과’에 사진이 어떻게 공모했는지 주목하고자 한다. 즉 반공에 대한 집단기억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공식기억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진이 시각매체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최근의 박정희 시대에 대한 인문사회학계의 다양한 평가 작업과는 결이 다른 사진 매체 중심의 시각문화사의 지평을 확장시켜줄 것이다.
  전시는 ‘정치인이 사진수정사를 만났을 때’(정치인 아카이브) ‘간첩의 추억 1-별이 빛나는 밤에, 간첩과 라디오’(라디오아카이브), ‘간첩의 추억 2-중정(中情)식 분류법’(증거품아카이브)과 ‘반공의 일상, 일상의 반공’ (반공아카이브), ‘동상의 시대, 기념의 시대’ (동상사진아카이브), ‘새것 콤플렉스’ (새new-아카이브), ‘새농민-표상, 새농민표-상’ (새농민아카이브), ‘새마을주택 평형별 모델하우스’ (농촌표준주택아카이브)와 동영상으로 구성한 ‘테이프 커팅과 새마을 가꾸기’ (근대화 아카이브) 등 모두 9개의 아카이브로 ‘경이의 방’이 꾸며진다.
  한편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은 사진아카이브연구소에 소장된 사진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아카이브 기획 전시이다.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SPACE22’에서도 열렸다.
  김지연 서학동사진관 대표는 “사진이 권력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서 생각해보는 전시로 한국사진사의 한 맥락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개막초대는 21일 오후 4시.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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