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이나 암기식 교육을 받는다. 정답 하나만을 고르기를 강요받고 그렇게 길들여진 학생들은 철학적 사고나 창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 어렵다. 우리 사회는 선택형 문제 뿐 아니라, 글쓰기에서 조차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학생들은 외운 대로, 교재에 나와 있는 대로 쓰면 점수를 얻는 암기식 교육에 익숙하다 보니 주관식 역시 정답을 쓰게 된다. 프랑스나 독일,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답안이다. 학생들의 생각이 전혀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 정답이라고 가르치는 한 학생들의 생각은 길러질 수 없다.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시험은 채점하기가 용이하고 공정성 시비가 붙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능시험 뿐 아니라, 학교 내신 시험문제도 정답이 하나 밖에 없는 시험을 출제한다. 수능은 수험생이 대학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등급으로 결정하는 일종의 등급시험이다. 줄세우기 논란으로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대학입시제도는 서열화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의 저자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국어 영역을 보면 총 45개의 문제 중 ‘다음 중 적절한 것은’ 유형이 25개, ‘다음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유형이 19개였다”며 “수능이 나온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시험문제의 유형·성격·형태 모두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보다 학교에서 보는 중간·기말고사 같은 내신 시험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내신 시험문제는 등급을 나누기 위해 교사들이 어떻게든 틀릴 만한 문제를 출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선택지에서 하나의 답을 고르는 선택형 문제나 단답형 주관식문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정답이 있고 암기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 보면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는 격언이 있는 것을 보면, 인생에는 정답이 수 없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 교육은 대학 진학을 위한 정답만을 추구하지 말고 다양성을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이 기존의 ‘정답은 무조건 하나’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고, 사람들 사이에 높고 낮음이 없으며, 서로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것을 가르치고 있는 국가가 유럽과 미국이다. 특히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정답 보다는 생각을 쓰는 시험으로 유명하다. ‘바칼로레아’는 세 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 동안 답을 쓴다. 철학 과목을 포함한 15개 과목 모두 주관식 논술이다. 수험생들은 일주일간 시험을 보고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시험에 통과하게 된다. 시험에 통과하면 점수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국공립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10점 이상 합격자는 수험생의 80% 이상이고, 10점 미만 불합격자에겐 재시험의 기회를 주고 합격률을 높인다. 시험의 목적이 못하는 학생을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을 합격시켜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수능시험인 아비투어(Abitur)에서도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는 논술형 시험을 낸다. 수험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채점자는 문장과 문단, 글의 형식과 어법, 논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점수를 부여한다. 개념을 얼마나 상세하고 정돈된 언어로 서술하는지도 중요한 채점 기준이다.
물론 프랑스와 독일의 대학입시제도가 옳고 우리의 대학입시제도가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의 방식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짊어질 다음 세대에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는 점에서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창의적 글쓰기는 창의적인 사고를 설득력 있고 정리된 글로 풀어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창의적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면 사회에 창의적인 사고가 퍼질 수 있다. 창의적인 생각은 제약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올 수 있으므로, 창의적 글쓰기 능력은 사회가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지난 7월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시험을 혁신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IB 시험은 답이 정해지지 않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시험이다. 우리 학생들이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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