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우리나라 미디어 사상 획기적인 시기였다. 이른바 미디어 빅뱅이 일어난 것이다. 그 상징적 장면은 1995년 3월 케이블 TV가 개국한 것이다. 뉴미디어의 총아라고 불리는 케이블 TV는 48개 종합 유선방송이 모두 9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24개 채널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청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로써 우리나라 미디어 업계는 그간 독과점 형태로 움직이던 시대를 지나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열리면서 특히 방송업계의 재편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실 그 이전에는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체제였다. 그러나 케이블 TV가 등장하고 뒤이어 위성방송과 DMB, IPTV 등이 속속 선을 보이는 바람에 방송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다수의 방송이 경쟁하는 자유경쟁체제로 진입한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방송의 진화로 해석한다. 지상파 방송으로 대표되는 TV 1.0 시대를 지나 다매체 다채널 양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TV 2.0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제 방송들은 제한된 미디어 이용시간과 한정된 재원, 한정된 광고 파이를 놓고 피나는 경쟁을 치르는 형국이다.
  당연히 미디어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신문이다. 신문은 날로 줄어드는 구독자와 광고 시장의 위축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됐다. 방송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시청료와 광고수입만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다양한 방면으로 생존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당분간 이렇다 할 탈출구를 찾기는 힘든 실정이다.
  미국의 유력 방송인 ABC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방송을 소유한 월트 디즈니사는 수백 명에 이르는 감원 폭을 정해놓고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ABC는 1943년 개국한 이래 NBC, CBS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3대 방송 채널이다. 이렇게 디즈니 측이 감원을 선포한 것은 온라인과 모바일 영향으로 방송 시청률이 떨어지고 덩달아 광고수입도 감소한 때문이다. 디즈니 측은 역시 계열사인 ESPN 방송에 대해서도 인력의 10%를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디어 시장은 지금 변혁을 겪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가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 고전은 한국으로서는 타산지석이라고 할 수 있다. 불투명한 미래를 놓고 모두들 머리를 싸매고 있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이 어떤 지형으로 변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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