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전북도 기획조정실장

  2003년 6월, 정부는 중대한 정책을 공표했다. 바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추진 결정 발표였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별 특화 발전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자는 취지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전기관 선정 시 기관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고, 시·도별 입지선정 과정에서 과열 경쟁도 발생했다.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 2007년 혁신도시 조성공사가 첫 삽을 떴고, ‘16년말 기준 115개 이전대상 기관 중 105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혁신도시의 물리적 조성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혁신도시 시즌 2’를 공약했다. 공공기관 이전 결정과 혁신도시 조성이  시즌 1이라면, 시즌 2는 혁신도시 활성화가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혁신클러스터를 활성화하고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국정과제도 발표했다.
  정부의 의지만큼 각 지역이 혁신도시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크다.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고 혁신도시 시즌 2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성공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먼저 이전기관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한다. 이전 후에도 기관 본연의 기능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나아가 기관의 역할이 더 확대되어야 지역과의 연계·협력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관의 안정적 정착은 기관 직원들의 안정적 정착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16년말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30%에 그치고 있다. 주거비 측면에서는 지역이 더 유리하지만, 대부분 자녀 교육문제나 문화, 체육시설 등 여가시설 부족을 이유로 가족 동반 이주를 꺼려하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다음으로 혁신도시별 특화발전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이전기관의 기능과 지역의 산업적, 경제적 자산의 연계를 통해 지역별로 특화된 모델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산, 학, 연, 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수한 인재가 이전기관에 채용될 수 있도록 맞춤형 인력양성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인재채용 확대 제도가 이전기관과 지역 모두에게 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혁신도시 시즌 1이 국가주도의 하향식(Top-down) 방식이었다면, 시즌 2는 지역 스스로 발전모델을 정립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혁신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며 효과도 배가될 수 있다.
  혁신도시 시즌 2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기관장들의 강력한 의지다. 이전기관이 지역에 얼마나 잘 정착하느냐, 또 지역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는 기관장의 관심과 결심에 달려있다. 기관장들이 앞장서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지역에 착근(着根)하는 것이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전 기관이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깊이 각인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9월 한국식품연구원 이전을 끝으로 전북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됐다. 농촌진흥청,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함께 국민연금공단,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총 12개 기관이 전북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전북은 이전기관과 연계한 사업들이 대선공약에 대거 반영되어 지역 발전의 호기(好機)를 맞았다. 농촌진흥청 등 농생명 기관을 중심으로 혁신도시와 새만금을 연계한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 밸리 조성’ 사업은 지역성장거점 육성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한 ‘제3의 금융도시 육성’ 사업 또한 전북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촉망된다.
  14년 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라는 씨앗을 뿌렸다. 이 씨앗은 혁신도시라는 나무로 성장했고, 이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물과 거름을 주고 햇볕을 잘 쐬어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노력은 지방자치단체, 이전 공공기관, 대학, 출연기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번 주에는 ‘혁신도시 Jump 2gether’라는 주제로 지방자치단체, 이전기관 임직원과 가족,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혁신도시 화합 교류의 장이 열린다. 혁신도시 시즌 2를 향한 힘찬 첫걸음이다. 이 첫걸음을 계기로 전북 혁신도시가 ‘혁신도시 시즌 2’의 선도 모델로 도약하고 전북 발전의 디딤돌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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