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은 소비의 연속이다. 인생 자체가 소비를 하면서 영위되기 때문에 소비를 떠난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소비생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합리적 소비란 소비 행위를 할 때 주어진 소득 범위 내에서 가격과 품질을 고려, 만족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말한다. 최소비용으로 최대 편익을 얻는 경제 법칙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소비 대상도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을 하면 된다.
  그런데 소비생활이 늘 합리적이지는 못하다. 인간이 완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소비행위도 비합리적일 경우가 흔하다.
  우선 과소비는 인간이 흔히 저지르는 불합리한 행동의 하나다. 소비는 넘쳐도 문제, 모자라도 문제다. 그럼에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 충동소비도 불편한 진실이다. 흔히 지름신이 내렸다고 하는데 사전에 구매 계획이 없었음에도 기분이나 세일즈에 넘어가 지갑을 연다. 과시욕 역시 사람을 혹하게 하는 요소다. 속담에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말이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또 체면치레를 위해 턱없이 비싼 물건을 사기도 한다. 남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모파상의 단편 소설 ‘목걸이’는 과소비의 허망함을 잘 드러낸다. 주인공 마틸드가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이를 변상하려고 10년을 고생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 그러니 한 때 허영에 빠져 헛고생만 죽도록 한 셈이다.
  어쨌든 합리적 소비는 인간의 경제생활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하나의 문화이다.
  그런데 최근의 소비 트렌드가 충동적 탕진이 아니라 합리적 가치소비 쪽으로 흐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이노션 디지털커맨드 센터가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 상의 욜로, 짠테크 등의 관련어 10만 건 이상을 분석했더니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여행과 명품, 뷰티 상품 소비에 있어서 절약 정보를 탐색하고 비교하며 그런 가운데서도 프리미엄급을 추구하더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합리적 소비 행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비합리적 소비가 판을 치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경제규모가 커지고 중산층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대중소비시대로 접어들었다. 과소비와 충동구매 등이 만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성비를 따지는 합리적 소비가 정착하는 추세다. 정보와 권리의식으로 무장한 프로 소비자의 등장이 가시화된 것 같다. 기업들로서도 이에 대한 대응태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