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석 전 전북대총장

 탈무드의 격언에는 유독 어린이와 관련한 게 많다. 그 중에 하나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라.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올 것이다’란 격언이다. 가난과 고난에서 삶의 지혜가 분출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필자가 느닷없이 탈무드 격언 이야기를 깨낸 이유는 따로 있다. 유대인들의 교육관이 부러운 까닭이다. 그들은 부족함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유일한 자원인 교육에 집중해 세계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부족함(lack)을 채우기 위해 교육에 투자하는 나라와,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이 유행처럼 번지는 우리 사회는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개천에서 용(龍) 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가고 있다. 교육도 투자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하기 시작했고, 빈곤계층 아이들의 성적이 더 낮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실제로 믿기 싫은 우울한 통계이지만 전북지역 빈곤 학생의 성적이 비(非) 빈곤 학생보다 더 떨어진다는 분석 자료가 나와 있기도 하다.
 가난의 무게가 어린 학생들의 어깨까지 짓누른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설 땅은 좁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빈곤은 통상 성적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초.중.고교 시절에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현실은 학교생활 적응과 자아 존중감, 우울불안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고학력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이 ‘가난’과 ‘교육’을 생각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북의 빈곤 아동 비율은 전국평균의 무려 2배나 된다. 보건복지부가 광역단체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가정 아동(0~19세)을 전체 아동으로 나눈 빈곤아동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북은 지난 2015년 기준 시 8.0%를 기록, 전국평균(4.4%)보다 2배에 가까운 등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전북의 개천에서 용은 나올 수 없다’는 절망감이 우리 사회를 강하게 지배하게 방치해선 안 된다. 이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공부하고, 미래를 향해 뛰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강화해, 최소한 빈부(貧富)가 학생들의 미래를 얽매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다. 행정기관이 직접적인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의 힘은 정말로 위대하다. 사람을 열두 번 변하게 만들 수 있는 게 교육이다. 교육은 꿈을 실천하는 힘이고,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하면 못 이룰 게 없다는 신념체계의 결정이다. 이런 교육의 힘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 사다리’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언컨대,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사회라면 건강한 사회라 말할 수 없다. 가난이나 부(富)를 대물림하는 사회는 도전보다 포기를 낳고, 희망보다 절망의 씨앗을 움트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창의력도 키울 수 없게 된다.
 교육이 가난의 대물림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인생역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미래가 밝다.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땀방울’의 가치도 빛나는 법이다. 교육 여건만 잘 조성한다면 현재에도 얼마든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고, 개천에서 용을 기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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