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크기의 컵 두 개에 같은 양의 따뜻한 물을 붓는다. 그리고 한쪽에는 붉은 잉크를 다른 한쪽에는 파란 잉크를 떨어뜨린다. 두 컵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하나씩 넣어 보면 무슨 느낌이 날까. 대개의 경우 붉은 잉크 쪽에서 따뜻한 느낌이 나고 파란 잉크 쪽에서는 차가운 느낌이 들 것이다. 이는 온도 감각이 색의 영향을 받아 물리적으로는 같은 온도지만 심리적으로 다르게 지각되는 현상을 증명하는 실험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검정색이나 파란색의 그릇을 쓰게 하는 것도 색의 심리적 영향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즉 검정이나 파랑은 독을 느끼게 한다. 사람을 해치는 독이 그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고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그래서 식욕이 떨어지고 그만큼 음식을 덜 먹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색들은 각각 인간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 색과 관련된 인간의 행동 반응을 연구하는 심리학을 색채 심리학이라고 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우선 녹색은 작고 먼 느낌과 함께 생명, 건강, 위생, 젊음, 안전, 허가와 같은 의미를 띤다. 특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 병원이나 구급, 구조 과정에서 이 색을 잘 쓴다. 반면에 빨강색은 불꽃을 의미하면서 방화, 정지, 금지, 정열 등의 색감을 인간에게 준다. 노란색은 주의, 유쾌, 친절, 부와 권력, 시기와 질투라는 의미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흰색은 순수, 청결, 완벽, 숭고의 뜻을 갖고 있으며 검정색은 이에 반해 죽음, 죄, 엄격, 힘 등의 의미를 갖는다.
  불안장애나 우울증 환자들은 회색을 자신을 나타내는 색으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은 기분 감정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 색이 어떻게 다른지를 남녀 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불안 장애 환자 108명, 우울증 환자 110명에게 자기를 잘 나타내는 색을 고르게 한 결과 절반 이상이 회색을 선택했다. 이와 달리 건강한 사람 105명의 경우에는  붉은색이나 주황색, 노란색을 골랐다. 건강한 사람 중 회색이나 검은색을 고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색은 우리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삶의 모든 측면이 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선호하는 색이나 기분을 잘 나타내는 색을 통해 인간의 깊은 심층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색이 갖는 메시지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색은 심리치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색에 대한 이해가 꼭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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