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생 동갑내기 3인방 유기준 송지호 홍성범 작가는 1994년 원광대 미술대학 한국화과에서 처음 만났고 2009년 ‘3.75’라는 단체전을 열었다. 의욕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계, 이사 등 저마다의 사정이 늘어갔고 ‘3.75’는 계속되지 못했다.

8년 만에 다시 뭉쳤다. 또 다른 친구 김주선 작가도 함께다.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4전’이 그것.

타지에서 직장생활하다 돌아온 홍성범 작가가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나와 그림책을 선보이던 김주선 작가가 처음이다시피 사진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유기준 송지호 작가가 힘을 보탠다.

개개인이 가지는 의미도 있지만 오랜 친구들이 오랜만에 함께한다는 것도 뜻깊다. 매년은 아니라도 꾸준히 전시를 가질 계획이다. 전시장은 인물부터 캐릭터, 사진,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른 주제와 성격의 작품 20여점으로 가득하다.

유기준 작가는 인물을 그렸다. ‘검은’을 가리키는 ‘누아르(noir)’를 주제로 어둠을 형상화하지만 반드시 공존하는, 공존해야 할 희망과 저항까지 아우른다. 먹과 목탄으로 그린 얼굴 측면은 부조리를 정면반박하진 못해도 잊지 않는 스스로 혹은 누군가를 가리킨다.

송지호 작가가 6년째 천착한 토끼 연작물은 더 정교해지고 화려해졌다. 알록달록 먹음직스러운 사탕 속 토끼 가족은 행복한 한 때를 만끽하며 누군가의 가족도 그러하길 소망한다. 앞으로는 토끼 캐릭터를 영상과 입체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홍성범 작가는 오랜 열망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빨갛게 타오르는 숯으로 드러냈다. 김주선 작가는 단색화를 보는 듯 간결하고 세련된 ‘무진기행’의 한 때를 사진 촬영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