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화 1번지인 전주 한옥마을에서 미국 문화 행사 가운데 하나인 할로윈(Halloween·10월 31일) 축제가 열려 시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온·오프라인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색적이다”, “가보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잇따랐다.

일부 시민들은 “과거 한옥마을 특유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전통의 가치는 사라지고 없다”면서 상업화, 정체성 상실 등을 지적했다.

28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일대에서 한복 패션쇼를 표방한 ‘한(韓)로윈 한복패션쇼’가 열렸다.

미국 전역에서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할로윈을 앞두고 열린 이날 축제는 귀신 메이크업 체험과 코스튬 패션쇼, 코스튬 콘테스트, 애프터 파티 등으로 꾸려졌다.

체험 부스에선 10대와 20대 젊은 연령층이 귀신 분장을 위해 얼굴이나 팔 부위에 핏빛 화장과 상처 메이크업을, 코스튬 패션쇼에선 모델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른 모델들은 저승사자와 구미호부터 조커, 할리퀸, 처키 등 영화 속 캐릭터를 흉내 냈다. 참가 신청을 받아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 오른 콘테스트 역시 패션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젊은층은 모델들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보내며 열띤 반응을 보인 반면, 못마땅하다는 눈초리로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군산에서 온 김나경(15·여)양은 “새로운 볼거리에 이색적이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도 한다면 또 오고 싶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여수에서 온 윤태현(52)씨는 “한옥마을이라 해서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축제가 열려 당황스럽다. 남의 것을 좇기 전에 우리 것을 지키고 가꿔나갔으면 한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상황은 1차 행사를 마치고 한옥마을 한편에서 진행된 애프터 파티에서도 이어졌다. 한옥 안에서 클럽 음악이 울리면서 일부 관광객은 음주와 가무를 즐겼고, 다른 일부는 담벼락 넘어 호기심으로 흘깃 쳐다본 뒤 발길을 옮겼다.

관련해 전주시는 이들 관계자로부터 지난 24일 광장 사용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옥마을 내 광장 사용 허가 기준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문화예술행사 ▲판소리·국악·한복 등 전통문화와 관련한 공연 및 행사 ▲전통 예술품·전통 미술품·전통 공예품 등 전시행사 ▲한옥마을 정체성과 관련 없는 행사 및 공연 제외 ▲기타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한국 귀신을 주제로 한 한복 패션쇼로 알고 있다. 부서 내에서 기준에 따라 논의를 거쳐 허가를 냈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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