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진 한국자치행정학회 부회장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도 운전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며 신기한 듯 다뤄지는 뉴스가 나온다. 그도 그럴것이 아랍권에서 여성은 얼굴조차 당당히 드러내 놓고 다닐 수 없는 양성 불평등이 만연한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이어져 온 문화와 체제 속에서 여성에게 일말의 권리가 주어진다 하니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도 하다. 갑자기 사막에 왜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그 기원을 2010년 ‘자스민 혁명’에서 찾고 있다. 튀니지 한 청년의 분신에서 기폭한 반정부 집회가 24년간 장기 집권해 왔던 밴 알리 정권을 무너뜨리게 되었고, 민주화와 인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북아프리카와 아랍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수천년 이어져 온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수십년 독재정권을 단기간에 무너뜨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국회입법조사처는 ‘튀지니 자스민 혁명과 SNS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1040만명의 튀니지 전체 인구가운데 60%가 25세 미만의 젊은이로 구성되어 있고, 인구 35%인 350만명이 인터넷 접속자이며 인구 20%인 200만명이 페이스북 사용자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SNS와 위키리크스와 같은 온라인 수단에 의해 지금까지 정부의 탄압으로 억압되었던 항의데모 등의 조직화와 확산이 가능했다는 것’이라고 보고한다. 비단 ‘자스민 혁명’까지 갈 것도 없다. 1년 전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이고 환하게 밝혔던 촛불혁명도 마찬가지다.

집권세력의 국정농단 사례는 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분노한 대중이 너나할 것 없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던 것 아니던가. 연인원이 무려 1700만명에 이른다. 국민을 억압하고 언론을 통제해 온 독재정권도 무너뜨리는 마당에 민주국가에서 그릇된 정부를 직접 심판하는 것쯤이야 대수일까. 그만큼 인터넷과 SNS의 위력은 그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장했다.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전세계에서 인터넷 오지를 줄여나가기 위해 아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바로 ‘룬 프로젝트’다. 특수제작한 풍선을 지구 성층권에 띄우고 지상으로 와이파이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룬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터넷 오지의 약 10억명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곧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니 이제 인터넷 오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시선을 돌려보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 가장 지독한 독재국가 북한에 있어서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김정은과 트럼프의 막나가는 설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 같다. 미국은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며 전쟁도 불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첨단무기 도입을 위한 트럼프 협조에 감사한다”며 미국 무기시장에 성큼 다가섰다.

그런데 핵폭탄을 저지할 수 있는 첨단무기가 무엇일까 의문이다. 국민의 우려 속에서 배치를 강행한 사드가 핵폭탄을 저지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이론적으로야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미사일은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반도에서 핵폭탄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스민 혁명과 촛불혁명에서 보았듯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내부에서의 변화다. 북한 체제의 실상과 그들을 바라보는 전세계의 우려를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매개는 인터넷이 될 것이고, 수단은 SNS가 될 것이다. 핵폭탄 앞에서 실효성 없는 무기구입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북한사회에서도 휴대전화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휴대전화를 통해서 남한 문화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나아가 우리는 룬 프로젝트가 상용화가 되었을 때 북한 전역에 통제받지 않는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휴대전화 보급률을 보다 높이고 SNS를 널리 확산시킬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으로 북한 주민을 변화시키고 조직화시킴으로써 내부에서의 변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관념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어휘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래리 페이지나 앨런 머스크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해서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혁신의 리더십, 문재인 정부가 가야할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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