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32호인 고려 팔만대장경의 탄생은 유례를 찾기 힘든 대역사였다. 우선 제작에 투입된 연인원이 무려 150만 명에 이른다. 나무 벌채와 각판장까지 운반하는 데는 약 10만 명이 동원됐다. 또 목판에 붙일 필사본 5000만 자를 만드는 데 연인원 5만 명이 들어갔고 필사본 한지 5만 장을 제작하는 데는 연인원 1만 명이 필요 했다. 거기에 목판에 한자 한자 새기는 판각 작업에 투입된 각수만도 연인원 125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작 공정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리산에서 벌목한 자작나무와 산벚나무는 바닷길로 멀리 강화도에까지 운반됐다. 당시 몽골의 침입으로 수도가 개성에서 강화도로 옮긴 터였다. 여기서 3년 동안 바닷물에 담근 다음 그늘에서 말렸다. 이어 큰 가마솥에 목재들을 쪄서 다시 말린 후 옻칠을 했다. 이 판목의 양각에는 뒤틀리지 않게 각목을 붙인 후 네 귀는 구리로 장식했다. 이런 치밀한 공정 덕분에 약 760여년이 지금까지 대장경판은 건재하고 또 인쇄도 가능할 정도다.
  제작에는 무려 16년이 소요됐다. 고려 현종 때 처음 만든 초조대장경이 몽골군 침입으로 불타버린 후 고려 고종 23년인 1236년에 착수해 고종 38년(1251년) 다시 완성을 보았다. 그래서 팔만대장경을 재조대장경판이라고 부른다.
  이런 대역사 끝에 탄생한 팔만대장경의 가치는 대단하다. 우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이다. 중국 송나라나 거란 등에 대장경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멸실되고 온전히 남은 것 중에는 가장 오래된 것이 바로 팔만대장경이다. 이를 층층이 쌓으면 3250m로 백두산보다 높고 한 줄로 이으면 150리까지 뻗는다. 거기에 오탈자도 극히 적어 그 비율이 0.0003%에 불과하다.
  이 팔만대장경판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합천 해인사에서 개최되고 있는 2017 대장경 세계문화축전에서는 평소 절대 공개하지 않던 대장경판 8점이 전시 됐다. 이 대장경판은 1237년 정유년에 제작된 것으로 일반 대중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함께 1951년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중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대장경을 지킨 김영환 장군 특별전도 열리고 있다.
  인류최고의 기록문화 유산이라고 불리는 팔만대장경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1995년 해인사 대장경 판고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 세계적인 보물로 잘 알려진 팔만대장경은 우리 스스로도 깊이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술품이자 민족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이 문화재를 코앞에서 보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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