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전북농협 본부장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17년 쌀 예상 생산량’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2016년 419만 7,000t에 비교해 5.7% 감소한 395만 5,000t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상한 399만 5,000t보다 4만t 줄어든 양이다.

금년 쌀 생산량이 당초 전망치를 밑돌아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쌀값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달 25일자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한 가마에 15만 1,164원을 기록해 5일과 견주어 볼 때 272원(0.18%)이 올랐다. 물론 이번 15일과 25일자 쌀값은 상승폭 자체만 놓고 보면 미미하지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선 쌀 값 회복을 위한 두 번째 고비를 넘겼다는 점이다. 첫 번째 고비는 산지 쌀값이 올해 산 햅쌀로 전환되는 이달 5일자 가격이었다. 5일자 산지 쌀값은 10일 전보다 13.2% 상승한 15만 892원을 기록해 15만원대에 안착하면서 정부와 농협이 선제적으로 내놓은 9월 28일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에 화답했다.

정부가 사들이기로 한 72만t은 수확기에 사들이는 물량으로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다. 정부와 농협은 각각 1조4000억원, 1조9000억원 등 총 3조3,000억원의 벼 매입자금 지원을 통해 민간의 벼 매입물량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농협은 특히 쌀값 회복과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농가가 희망하는 모든 물량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쌀값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정말 다행스럽다. 하지만 매년 악순환 되는 전라북도의 공공비축미 배정물량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오히려 감소했다. 10년 이상을 상대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도개선을 요구하였으나 올해는 오히려 손실이 더 커질 상황에 놓여있어 제도개선에 대한 공감대와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는 공공비축미곡 35만t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그 중 전라북도 배정물량은 4만5,891t으로 전체 수매 물량의 13.1%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14.1%와 비교하면 1%p 가량 하락 한 것이다.

올해 전라북도의 쌀 재배면적은 11만8,363ha으로 전남(16만2,492ha)과 충남(13만4,035ha)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쌀 생산량 역시 지난해 16%로 전남(20%)과 충남(19%)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공공비축미곡 배정물량은 전남(24.5%)과 경북(16%), 충남(14.7%), 경남(14.3%)에 이어 전북은 다섯 번째다.
그동안 전북도는 공공비축미곡 배정기준에 쌀 생산량 및 재배면적을 감안하여 배정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 하였다. 현행 공공비축 물량 배정기준은 전년매입실적(70%), 재배면적(20%), 정부시책평가(1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준에는 전라북도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생산량 항목이 배제되어 전북의 농업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전북은 최근 3개년(‘14~’16) 평균 생산량이 68만9천t으로 전국 생산량의 16.2%를 점유하고 있다. 만약 배정물량을 생산량 구성비로 배정하면 1만833t이 증가된 5만7천t이 배정되어 시장격리곡을 포함하면 약 50억원의 농가수혜금액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온다.
정부의 공공비축미 수매가는 수확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전북 쌀의 산지가격 보다는 높게 형성되어 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전북에 대한 공공비축미 배정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쌀 생산농가에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즉 전북 쌀의 시장가격보다 공공비축미가 높게 수매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배정기준에 따라 배정물량이 많을수록 쌀 생산농가에는 많은 수혜금액이 돌아간다.
또한 전북의 쌀 역외유통 비율은 60%로 전국 1위이다. 유통비 및 RPC간 출혈경쟁으로 타 시도에 저가로 판매할 수밖에 없어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라북도는 쌀 생산량 3위, 재배면적 3위, 역외유통 1위로 판매 및 재고처리에 애로점이 많아 쌀값 하락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쌀값 안정을 위해 전북에 대한 공공비축미곡 배정물량 확대 등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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