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농축산물 수출액은 60억 달러에 이른다. 8억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던 1990년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수출을 기반으로 농업경쟁력을 다져온 농업강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네덜란드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940억 유로(120조 내외)의 농산물을 수출하였으며, 뉴질랜드의 경우에도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을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생산 보조금 지급이 쉽지 않은 FTA 체제 하에서 수출주도형 농업성장을 실현하려면, 정부가 앞장서서 수출농업인에 대한 기술지원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국제무역시장에서 선호하는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지난 해 4월에 ‘농식품수출 기술지원본부’를 설치하여 농산물의 수출 확대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수출현장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연간 30회 이상 수출농가를 직접 방문하여 ‘찾아가는 수출현장 종합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수출농업지원을 위한 농촌진흥청의 주요 기술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출에 적합한 품종의 발굴이다. 과육이 단단하여 수출용으로 적합한 딸기 품종인 ‘수경’과 절화 수명이 길어 일본에서 선호하는 국화 품종인 ‘백마’는 이미 인기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안전성과 신선도를 높이는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국제수준의 GAP(농산물우수관리)기준에 따라 안전농산물을 생산ㆍ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33시간이 걸리던 신선농산물 잔류농약 검사 기간을 3시간으로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였다. 신선 과채류를 14일간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도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내년쯤에는 수출현장에 적용되어 비용절감과 품질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 자체가 수출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종자ㆍ종축ㆍ농기자재의 해외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특히 채소 종자와 동물약품 분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할랄시장 등 신시장 개척과 더불어 향후 우리나라의 농업부문 수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대한 우리 농업인의 인식을 바꾸는데도 힘쓰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쫓기 위한 임기응변 수단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국내 가격이 변변치 않을 때만 앞 다투어 수출에 나서고 가격이 오를 때마다 수출계약을 무시한다면, 국제무역 시장에서 제대로 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꾸준하게 물량을 제공할 수 없다면 국제무역 시장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출주도형 농업성장을 실현하는 데 아무리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농업인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수출이란 모든 농업인의 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한 기본전략이며, 농업강국으로 우뚝 서기 위한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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