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종 전주시 부시장

가을, 전주향교는 종일 다른 빛을 담는다. 어둠이 품어온 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산고를 견디고 새벽녘 동으로 틀 때 향교는 수묵화 빛이다. 한낮의 햇살이 은행나무에 퍼져 샛노란 빛을 머금었던 향교는 이내 석양과 함께 생애 첫 초유를 먹은 아기의 배설물처럼 맑고 불그스름한 노란빛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가만히 앉아서 은행잎을 보고 있노라면 그중에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포대에 담아 족히 백여 포대는 될 듯한 은행잎들 사이에 유난히 그 낯빛이 선명하고 생김새가 고운 낭중지추가 있기 마련이다. 
낭중지추란,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는 뜻으로 주머니 '낭'에 가운데 '중', 갈 '지', 송곳 '추' 자를 쓴다.
본래 주머니 속에 넣은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그 끝이 주머니를 뚫고 비어져 나온다는 뜻이다.
전주는 대한민국의 바로 그 낭중지추 도시이다.
전주의 전통문화와 본질을 지키고자 전주다운 방식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온 노력들이 전주시를 대한민국 대표 ‘사람의 도시’로 성장시켰다.
올 한해도 굳이 그 빼어남을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각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도시 파워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전주시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생산성본부(KCP)가 주관한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에서 전국 75개 시 단위 지자체 중 1위를 수상해 가장 높은 도시경쟁력을 지닌 도시로 평가받았다. 행정안전부가 보건, 보육, 문화, 평생교육 등 16개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전주시를 선정한 것이다. 또한 환경부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한 ‘2017년 지속가능발전대상 공모전’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든 전주시 에너지자립정책은 최우수사례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산림청은 국가대표 녹색도시로 역시나 전주시 호명했다. 호동골 자연생태체험관과 명품가로수길 첫 마중 길 사례는 대한민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전주역 첫 마중길은 UN해비타트본부에서 수여한 ‘아시아 도시경관상’ 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올해의 상복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전주시의 완판본체 복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글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글날 경축식에서 대한민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수상기관으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대한민국 SNS 대상’ 시상식에서 기초지차제 부분 최우수상의 영예를 전주시에 안겼다.
그러고 보니 전주시는 ‘사람’, ‘생태’,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단연 최고의 도시다.
최근 몇 년간 전주시가 보여준 비약적 성장은 코페루니쿠스적인 혁신사례라기 보다는 다가올 도시의 시대를 냉철하게 고민하고 꾸준히 준비해온 노력의 결정체다.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를 위해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쉼 없이 달려왔다. 무딘 날은 갈고 닦아져 어느새 송곳처럼 솟아올라 대한민국과 세계를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을 우선한 흔들리지 않는 이도시의 꿈을 위해 시민과 행정 모두 참으로 애썼고, 자부심을 즐기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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