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때 왜적의 침략길이면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경계인 밤재에 ‘왜적침략길 불망비’가 건립돼 오는 10일 오후 2시 제막식을 갖는다.

8일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남원시의 지원과 전남 구례군의 협조로 ‘극일과 평화의 새로운 다짐을 위하여-’란 부제가 뭍은 ‘왜적침략길 불망비’를 건립했다.

불망비의 위치는 남원시 주천면 배덕리와 구례군 산동면 계척리의 경계인 밤재(율치) 정상으로, 정유재란, 동학농민혁명, 일제식민시대로 이어지는 민족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건립됐다.

불망비에는 정유재란 때 전라도를 침략한 왜적의 경로와 끔찍한 만행을 서술하고, 갑오동학농민혁명에서 을사늑약과 경술국치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아픔을 일제와 연관해 기술했다.

“전쟁을 비롯한 모든 침략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면서 하늘을 칼질하는 인류 최악의 범죄임에도 일본은 단 한번의 공식적인 반성이나 사과는 고사하고 옛 침략의 환상 속에 또 다른 침략의 칼날을 갈고 있다”며 “일본을 극복하지 않은 한 우리에게 평화는 영원히 있을 수 없다”고 새겼다.

또 “성찰과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더럽고 잔혹한 왜적 침략의 족적이 찍혀 있는 이 자리에 일본이 있는 동쪽을 향해 이 석비를 세운다”고 건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불망비가 건립된 날인 9월 26일은 1597년 정유년에 남원성이 왜적에게 공략당한 8월 16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로, 정유재란 7주갑인 420주기 만인의총 제향일이다.

남원동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역사의 고비마다 일본과의 악연이 뿌리깊은 이 자리가 잊혀지고 사라져버려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으로 불망비 건립사업을 추진했다”며 “정유년 왜적의 족적이 그대로 찍혀있는 이 자리가 민족의 성찰과 다짐의 자리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