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앞두고 농민들이 우울함 심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업인의 날이 유통회사의 마케팅 상술인 빼빼로데이에 가려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잊혀가는 동안 수익은 25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9일 김제시 검산동에서 31년째 쌀농사를 짓는 박흥식(55)씨는 “농업인의 날이면 뭐합니까. 농민들은 현실성 없는 소득에 한숨만 깊습니다”면서 타들어가는 농심을 토로했다.

박씨는 그의 나이 스물 셋이던 1986년 처음 농사일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80kg 1가마를 8만5000원에 거래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6년에는 9만6000원을 받았다.

농자재 값과 인건비, 농기계 운임 비용 등 쌀 생산비가 천정부지 인상되는 동안 쌀값은 고작 1만1000원 오른 게 전부였다.

그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 2000만원과 소득보전을 위한 직불금(지난해 기준 고정직불금 1ha당 100만원·변동형직불금 1ha당 211만437원)은 농기계 융자상환으로 인건비도 못 건졌다.

임실에서 전업농을 하는 이모(49)씨도 “정부에선 우리 쌀이 남는데도 수입쌀을 들여와 쌀값 폭락을 야기하고 있다. 농민들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오늘날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씨가 풍년을 기록한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은 3000만원 남짓이다.

밤낮 구분 없이 일해 수익을 내는 동안 지출은 생산비부터 융자상환, 생활비, 양육비까지 천정부지 발생해 오히려 빚을 지게 됐다.

이씨는 “올해는 쌀값이 다소 인상됐지만 정부에서 소득 대비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여 실질 소득은 차이가 없다”며 “농민 없는 농업인의 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진정 농민들을 위한다면 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15만1164원, 9월 말 기준 도내 쌀 재고량 37만 톤(국내산 30만·수입쌀 7만), 5월 말 기준 전북 지역 농협 쌀 보유량 11만7000톤(전국 1위)으로 각각 집계됐다. 올해 수확량은 64만7000톤으로 전망됐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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