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영두 전북교총 회장

대화의 유형을 보면 입이 발달하여 말 잘하는 주장형 사람이 있고, 말수는 적지만 상대방 말을 귀담아 듣는 수용형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존경을 받고 따르는 사람이 많을까요? 제 경험으로는 후자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무기는 입이 아니라 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대화의 질은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들어 주는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같은 요구라 해도 자기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의 요구에 더 잘 따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마음과 공감할 수 있는 태도가 전제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상대의 의견 수용과 관용 그리고 배려 등이 이에 해당되는 의식과 태도일 것입니다.

  미국 링컨이 젊은 시절 애송이 변호사로 일할 때 스탠튼이라는 거물 변호사와 같은 사건을 맡았는데 링컨의 경험 부족을 보고 “저런 촌뜨기 애송이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습니까? 난 못합니다.”라는 모독적 말과 함께 법정 밖으로 나가 버려 링컨이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답니다. 이후 링컨이 대통령이 되어 국방장관을 임명하는데 스탠튼을 지명하였답니다. 이에 참모들은 과거의 스탠튼의 무례한 행동을 들춰내자 링컨은 “나는 수백 번 무시를 당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이고 미운 사람일망정 그를 내편으로 만드는 일이다”라고 했답니다. 그런 뒤 링컨의 진심을 안 스탠튼도 있는 힘을 다해 나라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관용과 배려로 상대를 이해하고 능력을 인정하는 인격적 만남이 있었기에 큰 신뢰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 했던 사람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의 감정은 조절하지만 남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를 조화롭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어쩌면 대인관계기법 중 사회성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옳은 말 하는 사람보다 이해해 주는 사람이 더 따뜻하고 좋습니다. 가정이나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와 같은 말입니다. 부모나 선생님들이 많이 쓰는 말일수록 아이들에게는 필요하며 옳은 말인데도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부모나 선생님들이 아이의 입장이나 처지를 이해하고 감정을 인정해 주는 ‘공감’(empathy)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공감이 없으면 아이들에게는 간섭으로 들릴 뿐입니다.  훌륭한 부모님이나 존경받는 선생님들을 관찰해 보면 상대의 입장이나 처지를 배려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지를 적극적으로 파악하여 관용과 배려 속에서 함께 느끼는 생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생활하는 일상은 막힘이 없으며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친밀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선거풍토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한 번 보십시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칭찬의 말은 찾아 볼 수 없고 깎아 내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꼬투리를 잡아 흠집을 내며 끝까지 물어뜯으려 막말을 서슴지 않는 모습, 채널을 돌리고 싶을 뿐입니다. 상대를 칭찬하며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해 주는 아름다운 공감능력을 갖춘 사람이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공감능력을 갖춘 사람은 누군가의 어려움과 아픔을 같이하여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먼저 앞장서고 희생과 봉사의 자질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니 진정한 인간미를 갖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공감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별하여 뽑아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