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2시 군산시 회현면 월연교회에 사람들이 한두 명씩 무거운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다. 밀양, 청도, 광산구 등 송전철탑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도 함께 했다. 회현, 옥구, 미성동 등 새만금송전철탑 경과지역 주민들이 지난 2013년 12월부터 매주 이 지역 교회들을 돌아다니며 새만금송전철탑 노선 변경 기도회를 가진 것도 이날로 200회를 맞고 있다. 이미 모든 공사는 끝났지만, 이들은 새만금송전철탑 공사에 대한 분노와 아직도 노선이 변경되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교회에 모여 기도회를 갖고 있다.
200회 기도회에는 그동안 새만금송전철탑 노선 변경을 요구했던 모든 활동이 소개됐다. 송전철탑 반대를 외치며 시작된 공동대책위 구성, 한전의 공사 강행에 따른 용역 회사와 주민들 간의 치열한 몸싸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진 수십 차례의 집회들. 기도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탄식과 마음의 울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기도회 참석자들의 주장과 바람은 한결 같다. 송전철탑 주변 마을에는 이사 오는 사람도 없고, 나갈 사람만 있단다. 집값은 이미 땅까지 떨어졌고, 주민들은 전자파 걱정, 암 걱정, 소음과 불빛에 의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한다. 밤이 되고 비가 오면 전류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 잠도 이룰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현재의 마을 보상금은 집값 하락 분의 반의반도 안 되며 건강에 대한 보상이나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전이 보상해주는 수백억 원은 시청과 정치인들이 선심성 예산으로 쓰려 하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수억 원으로 입막음을 하려 한다고 강조한다.
송전철탑 공사와 관련한 한전과 주민들과의 법정 다툼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한전의 형사 고소는 150건 이상, 그중 재판까지 간 것은 100건이 넘는다. 토지일시사용 등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 방해금지 가처분 등 민사 소송 재판도 28건에 이르고 있다.
김덕중 새만금송전철탑주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총무는 송전철탑 공사의 부당함에 대해 강력히 비난한다.
그는 “한전은 지중화 비용 3000억 원을 절감하기 위해 현재의 노선처럼 주민들의 논과 마을 주변을 지나가는 노선을 강행했다. 한전은 2012년 당시 84 만kW이던 최대전력사용량을 120만kW라고 부풀려서 군산시에 얘기했고, 군산시는 이를 검증도 하지 않고 철탑 방식에 찬성했다.”고 분개했다.
김 총무는 “한전 비용 3,000억 원을 절감하기 위해 주민들이 1조5,000억 원의 재산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면서 “시작부터 잘못된 송전철탑 공사를 원천 무효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재산·건강 피해보다 주민들 간의 갈등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강경식 새만금송전철탑주민공동대책위원회 법무간사는 “현재 주민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송전철탑으로 인한 재산 피해나 건강 피해보다 주민갈등 조장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을 분열시켜 철탑 반대를 무산시키기 위해 한전과 군산시가 마을 단위 피해 보상금을 미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피해가 큰 마을과 피해가 없는 마을 간, 또한 같은 마을에서도 보상금을 받으려는 사람과 계속 반대 투쟁을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반목이 생겨서 서로 말도 않고 지낸다.”고 강조했다.
강 간사는 “주민들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한전은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부디 공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남용해서 힘없는 주민들을 죽이는 일이 다시는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송전철탑 건설 과정의 진실을 모두 밝혀내고 잘못된 부분을 모두 바로 잡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함께한 미성동의 전종섭(70)씨. 평생 동안 옥서면에서 살아오면서 자연 그대로의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홍성운(82)씨는 300차, 500차 기도회를 계속할 것을 다짐하며 기도회장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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