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희생양 역할 많이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임박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 농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농업 강국들과의 FTA 협상으로 인해 국내 농업이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데, 또 다시 농업계를 희생양 삼아 한·미 FTA를 개정한다면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게 농업인들의 목소리다. 더욱이 농업은 국민 식량주권을 책임지는 미래산업으로, 최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재평가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는데,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업을 재물로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업인들은 쌀을 제외한 모든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한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농업생산 기반은 붕괴되고 농업소득도 점점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는 과일, 축산 등 전체 농업인의 입장이다. 때문에 농업인들은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업' 분야를 아예 제외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농축산업계가 요구해 온 무역이득공유제나 피해보전직불제 현실화 등이 관철되지 않은 상황인데, 다시 FTA로 수혜를 입은 대기업과 자동차·반도체 등 산업분야만를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12월 께로 예상되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는 11년 전과 달리 농업계의 민감성을 반영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농업계는 또 다시 속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1년 전에도 농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협상에 임하겠다는 발표와 달리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을 개방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불만도 내비친다. 때문에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는 농업부문을 반드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단체들은 이달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정부 측이 한·미 FTA 발효 후 5년간의 농업 피해 분석 발표도 없이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만을 발표하려 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처럼 정부는 공청회 절차가 끝났다고 보고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한다는 입장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진정성 있게 농민의 상처를 살피고, 농민이 믿을 만한 정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의 FTA 협상 때마다 희생양 역할을 해왔는데, 또 다시 같은 배역을 맡으란 건가.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가려다간 진정 강력한 저항이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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