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의 세상이야기
皇華臺

44-전북·경북 ‘온달동맹’의 길

  전라도라는 도를 설치한지 천년을 앞두고 경상도와의 관계에 대해 단상을 거둘 수 없다. 우리 전북 전주는 경북 대구와 곧 바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철도 등을 연결하고 두 지역간의 화합과 번영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지역간의 화합과 번영은 전북의 바람대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참으로 멀고 먼 전북과 경북 대구의 길이다.
  사실 전북과 경북은 문 하나 사이의 아주 가까운 이웃이다. 즉 나제통문을 두고 고대국가 시대부터 서로 교류해온 것이다. 백제와 신라 영역인 두 지역은 이 통문을 사이에 두고, 평화와 대립의 길을 걸어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삼도봉에서는 29년째 무주군과 김천시가 영동군과 함께 화합을 다져오고 있다.
  조선 중후반기 전주 원동 출신으로 흥해(포항)군수를 지낸 수졸재 류화가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곳곳에서 남긴 한시들은 호남과 영남의 끈끈한 정을 오롯이 전하고 있다. 류화는 포항과 경산, 영천 등을 지나오며 이별의 시를 읊고 있다. 그는 “오늘 강성에서 멀리 생이별을 하니, 한사코 흐르는 눈물 머리를 돌린다고 감당할까?”라고 한탄한다.  
  정치면에서도 1970년대까지 전북과 경북은 서로 당을 같이 하며 민주화를 위해 공동으로 투쟁한 적이 있다. 신민당 대표를 지낸 전주의 이철승 전 의원과 대구의 김수한 전 의원이 형제처럼 지낸 일은 유명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지역에서는 여야 의원을 두루 내고 있었다. 특히 전주고등학교와 경북고등학교는 오랫동안 교류하며 두 지역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전통을 살려 전북과 경북이 새롭게 동맹을 결성하고, 화합과 번영의 길을 열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 동맹의 이름은 온전한 고을의 의미를 지니는 전주의 온다라, 대구의 달구벌 옛 지명의 첫 글자를 따서 ‘온달동맹’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동맹은 각각 호남과 영남의 북도(北道) 간의 결맹을 맺는 것이어서 순리에 맞는다. 지리적 인접성, 역사적 동시성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 광주와 대구지역 정치인들이 모여 호남과 영남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소위 ‘달빛동맹’을 추진한 일이 있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달구벌, 광주의 빛고을 첫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이들이 갑작스레 ‘달빛동맹’을 들고 나온 것은 두 지역이 각각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데서 연유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역사적 근거가 미약하고, 오히려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다. 전남 광주와 경남 부산이 남도(南道)간에 서로 동맹을 맺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부산의 가마뫼, 광주의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서 ‘가빛동맹’으로 남도간 연대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전북 전주와 경북 대구의 ‘온달동맹’을 주장하는 것은 두 지역 스스로 자주적으로 역사적인 대전환점을 찾아보자는 데 있다. 두 지역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두 지역을 이어주는 고속도로와 철도개설 등 예산을 함께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두 지역이 서로 의지하며 지원할 때 진정으로 화합하고 번영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온달동맹’은 온전한 대한민국의 통합을 이루며, 대한민국의 비상을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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