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고대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정읍시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정읍시립박물관 제10회 기획특별전 ‘이역만리(異域萬里) 같음과 다름’은 지난 2002년 우호결연을 체결한 정읍시와 일본 나리타시의 고대문화와 문물을 비교 해보는 전시다.
  일본 나리타와 정읍시 간의 고대에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다는 기존 연구는 없었지만 양 시의 위도가 거의 비슷하고 큰 강과 바다가 인접해 있는 지리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교류를 통한 비슷한 문화가 있음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구석기시대부터 일본 고훈시대(한국 삼국시대)에 이르는 한일 고대 문물을 비교하는 것으로 구성되고, 시대별 특징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됐다.
  제1부  ‘돌을 다듬어 도구를 만들다’에서는 구석기시대에 제작사용된 타제석기와 흑요석제 석기를 다룬다. 장흥 신북유적에서 출토된 흑요석제 석기는 일본 나리타시에서도 다수 확인되어 교류의 일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제2부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다’에서는 일본의 죠몬시대와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해당하는 문화를 선보인다. 이전 시대와 달리 본격적으로 수혈주거지를 만들어 정착생활을 하며 생활용기인 토기를 만들어 사용한다. 빗살무늬토기를 주로 사용한 정읍과 달리 나리타시의 경우 끈무늬를 베푼 죠몽토기가 유행한다.
  제3부  ‘농경을 하고 영역을 구분하다’에서는 일본의 야요이시대와 우리의 마한시대를 비교한다. 한국의 청동기시대에 성행한 도작문화가 이 시기에 일본 열도로 전해지며 세형동검, 철기 등의 교류를 통해 대규모 집락이 조성되며 계층사회가 형성되며 영역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마한지역에 해당하는 정읍에도 이 시기 주거지 및 고분군이 밀집분포하고 있으며 고비리국, 초산도비리국 등 소국이 할거하기 시작한다. 교류의 양상이 더욱 더 구체화되는 시기이다.
  제4부 ‘거대한 무덤을 만들고 나라를 표방하다’에서는 한국의 삼국시대와 병행하는 일본의 고훈시대를 함께 다룬다. 정읍지역에서는 백제시대의 성곽유적, 대규모 고분군 등이 조성되며, 특히 사비기때에는 중방성인 고사부리성을 중심으로 거점지역으로 성장한다. ‘고훈’은 한자어 ‘古墳’의 일본어 발음으로, 전방후원분이 등장한 3세기 중엽부터 6세기 말까지를 고훈시대라 부른다.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지배자의 대형 무덤과 화려한 부장품이 만들어진다. 특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전방후원분과 하니와가 정읍의 인접지역인 고창과 함평 일대에서 확인되어 이번 전시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 나리타시에서도 이 시기에 해당하는 고분군을 비롯하여 집락, 옥 제작공방, 석제모조품 제작터 등의 유적지와 하니와, 토기, 옥, 장신구 등 다양한 문화양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에서 출토된 5세기대의 석제모조품은 일본 나리타시에서 확인된 유물과 거의 흡사하여 이전 시대와 달리 정읍의 동진강 유역과 나리타의 도네강(利根川)의 직간접적인 문화교류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전시기간 중에는 방문객들을 위해 고대 부뚜막에서 음식 조리하기,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 재현하기, ‘이역만리’글짓기도 진행된다.
  정읍시립박물관 관계자는 “비록 이역만리 떨어진 양 국의 두 도시간에도 고대부터 고훈시대까지 문화교류가 있었음을 약 500여 점의 전시유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한일의 고대문화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2018년 1월 28일까지.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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