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 흩날리던 바람찬 광장에서/시민들이 자그마한 손으로 따뜻한 불씨 나누면서/가슴 사루고 눈 뜨이면서/광화문광장에서 뜨거운 눈물 뿌리고 있었지/이웃의 영혼에 씨앗 뿌리고 거름 주면서/시민들은 목이 아프게 촛불로 팍팍한 역사 쓰고 있었지//’ ('겨울밤 어루만지는 종소리' 중)

지난해 토요일 밤이면 날씨와 사정을 막론하고 들어 올린 촛불은 곧 민중이고 민주주의였으며 변화의 시작이었다. 때문에 촛불집회가 이뤄지고 그것이 빚어내는 순간은 반짝 빛났다. 기적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원구 시인이 작년 탄핵 정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현장을 장편 서사시로 쓴 작품들을 <촛불, 모든 날이 좋았다>(시와에세이)라고 이름 붙인 건 이 때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고희의 나이에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광화문 촛불집회로 달려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32편에 담았다.

모두 4부로 이뤄진 책은 그의 말마따나 혁명 주체인 시민대중과 함께 촛불의 감동을 나누고 역사적 순간의 가치를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행동을 객관적 입장에서 전달하고 그들에게 역사적, 신화적 요소를 더해 촛불의 의미를 확대한다. 촛불시민들이 변혁의 주체임을 각인시키는 한편 이를 날카로운 풍자와 다양한 비유로 형상화한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1부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거짓말 등 신뢰를 잃어감에 따라 더 거세지던 퇴진 요구가 고스란한 2부 '촛불시민 혁명군의 선전포고'는, 실제 탄핵이 이뤄지던 3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탄핵과 함께 세상의 변화를 외치는 제4부 '적폐청산이 시작되었다'가 그것.

'광화문광장에 패랭이꽃 피고' 중 ‘민들레 꽃씨 터지는 시민혁명 초신성/폭발하는 음력 2월 보름밤/아빠의 무동 타고 노란 옷의 여자아이가 시민들에게/자꾸만 자꾸만 두 손 흔드는 설레는 밤/광화문에서 한없이 빛이 쏟아지면서 바람이 피우는/정다운 패랭이꽃 보이고/세종문화회관 올바른 민주주의 대한민국, 우러러보는/남자를 부둥켜안은 여인이 외쳤다//-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저 하늘에 새겼다!//’에는 결실을 맺은 그 나아가 촛불시민들의 심정이 고스라한다.

발문을 맡은 김광원 시인은 “역사적 촛불시민혁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발로 뛰면서 기록한 보배 그 자체 시집이라는데 큰 박수를 보낸다. 이 서사시가 품고 있는 감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샘물처럼 지속적으로 떠오를 거고 먼 후세까지 민주주의를 간절히 염원했던 21세기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자취로 길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군 삼례 출생으로 전북대와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시집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로 등단한 후 시집 <개암나무 영혼은 뿌리로 내려가고>, 장편소설 <백년간의 비밀>, 수필집 <들꽃학교 문학시간>, 저서 <시창작교실> 등을 펴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창립 회장으로 <민족문학교과서>를 함께 편찬했으며 현재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사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