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조 중국 충칭우전대 교수

 

지난 주에 전주에서 부모님이 1주일 여정으로 충칭에 오셔서 청두로 여행을 다녀왔다. 청두에는 아는 사람이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초대를 받아 이틀 일정으로 나섰는데, 요즘의 중경 날씨는 우기가 지나 햇볕이 좋은 날씨라서 창가의 풍경도 느낄 겸해서 완행열차를 탔다. 열차는 중국의 서민들이 주로 타기 때문에 중국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서 바쁘지 않으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우리 일행이 한국어로 말하고 있으니까 맞은 편에 앉은 여대생이 말을 붙여왔다. 그녀는 대학에서 중국정치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자기의 간단한 소개를 마친 뒤 중국공산당 19차대회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것은 중국인들의 선택이니까 외국인이 내가 뭐라 관여할 일은 아니고 현재의 정치체제는 중국전통의 오랜 관습이기 때문에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지금의 중국은 경제발전을 계속해야하며 빈부의 차이 없애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중국 발전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였다. 공산당원 답게 친절하고도 긴 설명을 하였다.
 그녀는 한국과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나는 북한의 위협과 한편으로는 미국의 무기 판매 압력 등 강대국사이에 낀 한국의 어려움을 말해주었다. 끝으로 바이두에 뜬 송중기, 송혜교 결혼식 사진을 같이 보면서, 그녀와의 대화는 많은 공감대를 이루며 청두동역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올 들어와서 충칭 내의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제5공장이 가동됨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을 하는 한국인들이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거나 한국으로 돌아갔다. 특히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이들은 어려움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전역에 거주하는 우리국민이 거의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한국에 돌아간다면 수십 만 개의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정부의 서투른 외교가 이들을 사지로 몰아간 것인데, 최근에 다행히 한국과 중국정부가 관계를 정상화한다고 공식발표를 하였다.
 외교는 갈등을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작업이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그간의 정부의 외교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재외국민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며 시간이 걸려서라도 이해를 구해야 하고 공감대를 이루어야 한다. 혹자는 중국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중국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외교는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대개의 한국인이나 교민들은 간혹 중국인들에게서 한국과의 갈등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어떤 중국인들은 화를 내며 위협적인 언사나 폭언을 내뱉기도 한다. 어떤 유학생은 택시를 타고 가다가 승차거부를 당했다고 한다. 화가 나있는 그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기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어쩌다가 한국인 행사에 가면 지역총영사관의 영사가 국가의 안보 정책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며 설득하려고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의 말은 생존을 해야 하는 교민의 입장에서 보면 변명을 위한 넋두리로 밖에는 보이 않는다. 국가를 위해서 교민들의 희생을 이해해달라는 것인데 어느 누가 이해하겠는가? 대부분의 중국에서 사는 교민들은 한국정부에서 보호해주지 않으면 철저한 약자이다. 조국을 따를 것인지 중국을 따를 것인지 무언의 강요를 받는다. 어쩌면 한국과 중국 사이에 낀 경계인으로 살아야할지 모른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은 주인공 이명준이 남한에서 살다가 공산주의자인 아버지 때문에 남한에서 고초를 겪다가 월북하여 6.25가 나자 공산군으로 참전하다가 포로가 되어 남과 북의 이명준이 제 3국으로 가는 배에서 투신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중국에 산다는 것은 강대국의 이해 관계의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는 회색인이 되어가야 한다. 더 이상 국가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희생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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