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과 시립예술단원들의 겸직이 잇달아 자치단체 의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기회에 관립예술단원들의 ‘겸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월 전북도 감사관실은 감사결과 도립국악원 단원 15명이 원장의 겸직승인 없이 개인지도를 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달 군산시의회에서도 군산시립예술단 일부 단원들이 단체를 만들어 다른 도시 행사나 공연을 통해 수입을 챙기거나 개인교습소를 운영하다 감사에 적발됐다고 지적됐다.
  현재 도립국악원 운영조례에는 도지사의 사전 승인없이 본연의 직무 외에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고, 다만 원장이 국악원 업무나 공연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겸직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군산시립예술단도 시장의 사전 승인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문제를 지적한 의원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 임에도 단원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허가없이’ 개인지도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예술단원임을 배려해 근무시간도 다른 공무원보다 적도록 하는 등 ‘신분보장’을 통해 인정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겸직’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단 관계자들은 예술단의 지향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공무원이면서 예술가인 단원들의 설자리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시립예술단 이창선씨는 “현 관립예술단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 그러다 보니 단원들이 ‘예술가’, ‘예술인’, ‘직원’ 등 사이에서 혼란이 있다. 이런 경계가 정확히 구분 지어져야 ‘겸직’ 문제도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북도립국악원 유상록 공연기획실장은 “입시 등 고액 수입이 되는 레슨은 제한하되 재능기부 성격의 레슨은 풀어줘야 한다. 외부 공연은 ‘스타’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왕기석 정읍시립국악단장도 “국립창극단이 유태평양, 김준수 등 젊고 유명한 소리꾼의 활동에 힘입어 사랑을 받듯 재능 있는 단원을 ‘단’이란 틀에 묶어 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레슨과 관련해서는 입시와 학교 교육의 문제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승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문화사업부장은 “현재 교육체계 안에서 실력있는 관립 단원들의 지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단원들도 선생님으로부터 꾸준히 지도를 받는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만큼 이런 문제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단원들이 외부 겸직을 하는 이유로 느슨한 공연 일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A씨는 “현재 도내 상당수 예술단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공연 횟수가 매우 적다. 공연이 적다 보니 연습 시간이 적고 남는 시간이 많다 보니 허가받지 않는 레슨이나 수입에 치중한 외부 공연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느슨한 공연 일정을 무리한 겸직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이 도내 관립예술단원의 ‘겸직’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는 만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매년 되풀이 되는 논란을 끝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왕기석 단장은 “관립 예술단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내부의 눈길도 있지만 외부의 눈길도 있다. 외부의 평가와 내부의 평가를 균형있게 다뤄서 ‘겸직’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하루빨리 정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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