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꽃.전북진안.2012

사진가 김지연이 산문집 <감자꽃>(열화당)을 펴냈다.
  김지연은 그동안 「정미소(精米所)」 「나는 이발소에 간다」 「묏동」 「낡은 방」 등 수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사라져 가는 것을 기록함으로써 ‘정겨운 기억의 징표들’이 ‘다음 세대에게 오롯이 전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보여줬다. 그를 전시기획자이자 ‘아키비스트(archivist·기록연구자)’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김지연은 진안에서 마을 문화 커뮤니티 공간인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정미소를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정미소를 하나 사들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발상이 그 시작이었다. 또한 그는 전주 서학동예술마을에 있는 전시공간 ‘서학동사진관’을 운영하며 「꽃시절」 「우리 동네」 「버려진 일상」 등 독특한 주제의 기획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저자의 행보는 근대문화를 되살리는 문화운동가의 그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감자꽃>에는 그 여정에서 비롯된 진실한 생각들이 담백한 목소리로 담겨 있다.
  지금까지 출간해 온 여러 사진집에도 김지연 특유의 담백한 글이 실려 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사진을 뒷받침하는 토막글이 아닌, 사진을 찍게 된 동기, 그가 일관되게 기록하고자 하는 대상들에 대한 사유, 개인의 내밀한 기록까지 담고 있어, 김지연이라는 한 인간의 총체적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품어 온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수줍게 내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 김지연

1부는 ‘정미소’ ‘나는 이발소에 간다’ ‘묏동’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 원의 식사’ 등 기록자로서의 작업과 연관된 글들이 연도순으로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여기에는 기존에 발표하지 않은 사진들도 일부 포함된다. 특히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의 탄생 일화를 담은 ‘논에 백 차의 흙을 나르는 일’이 눈길을 끈다.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는 ‘근대유산을 마을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최초의 사례’로, 우여곡절 끝에 폐정미소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곳을 운영하며 사귄 동네 할머니의 이야기 ‘감자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우리 주변의 평범한 모든 것을 상징한다. 이 글 제목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2부는 좀 더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 개인적 경험에서 길어 올린 소소한 사연들로 구성돼 있다. 낯선 한국 관광객에게 유럽 기차의 역무원이 건네주던 물 한 잔이 지금도 쓸쓸함을 달래 주는 추억의 ‘기호’로 남아 있다는 「일회용 물 잔」, 관대했던 할머니의 넓은 품을 얼레빗에 빗대어 그리워하는 「참빗과 얼레빗」 등, 짧거나 긴 55편의 글이 55점의 사진과 짝을 이루어 한 편 한 편 이어진다.
  출간에 맞춰 책에 실린 사진 중 일부를 작품으로 만나는 전시 ‘감자꽃’은 5일부터 17일까지 유가헌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5일 오후 6시.
  김지연은 오십대에 사진을 시작해 한국 근대사의 흔적과 과정을 담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전북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관장 및 전주 서학동사진관 관장. 십여 차례의 개인전고 「계남마을 사람들」(2006), 「용담댐, 그리고 10년의 세월」(2010) 등 많은 전시를 기획했다. 사진집으로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2013), <삼천 원의 식사>(2014), <빈방에 서다>(2015) 등 십여 권이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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