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울 마지막 공간 빼앗겼다”, “너구리굴로부터 해방됐다”

4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구정문 인근 한 당구장에는 ‘대한민국 당구장에 담배연기가 사라집니다’는 문구와 함께 실내 체육시설의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너구리굴을 방불케 하던 이전의 풍경을 흡연부스가 대신했다. 흡연시설 설치 의무는 없지만 이용객들을 붙잡기 위한 업주들의 대응은 재빨랐다. 이날 찾은 당구장 열에 아홉은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금암동 한 당구장 업주는 “당구장을 비롯한 실내 체육시설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 논의가 있어 일대 업주들과 함께 150만 원 가량을 들여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이는 손님들을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담배를 피우며 공을 어떻게 칠까 생각하는 게 묘미인데 아쉽다”며 “당구장 이용객 다수가 흡연자인데 금연구역 지정은 너무한 처사다. 간접흡연 피해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는 상황에서 행정력 낭비만 불러올 뿐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2년 전부터 흡연부스를 설치하고 금연 당구장을 운영한 인후동 큐 당구장 업주 조병천(52)씨는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인 만큼 금연은 당연한 일이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도입 초기 발생하는 반발이 문제될 뿐 적응기간을 거치고 나면 가족단위, 여성 등 쾌적한 환경 조성에 따른 효과가 창출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전 11시께 당구장 방문 당시 10개가량 당구대에서 30여명의 이용객이 자리했다. 흡연자들은 당구장 한쪽에 설치된 2개의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다시 큐대를 잡았다. 한 이용객은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수롭지 않다. 오히려 가족들과 함께 찾을 수 있어 더 유익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구장과 함께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스크린 골프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행에 맞춰 흡연부스를 설치하거나 빈 곳을 흡연실로 활용했다. 중화산동 한 스크린 골프장 직원은 “이용객 대다수가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금연구역 지정을 사전에 숙지하고 있었다. 흡연으로 인한 실랑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객 주모(58)씨는 “경기를 하다 담배를 피우러 가려니 불편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간접흡연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전주시는 오는 2018년 3월 2일까지 계도기간으로 두기로 했다. 계도 이후부터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경우 흡연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업주들은 금연구역 안내 표지를 부착해야 하며 위반할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에 처해진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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