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아이 잃은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느 곳을 찾아야 전달됩니까.”<본보 10월11·15·16·25·30일자 4면>

아이가 떠난 빈자리를 느끼며 100번째 아침을 맞은 5일 유족은 전주지방법원 기자단을 찾았다.

진상규명을 비롯한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엄중 처벌을 호소해온 그는 지금껏 학교, 전북도교육청, 전북도의회, 전북지방경찰청 등을 거쳤다.

외면하는 책임기관 탓에 직접 행동에 나섰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절망감만 커져간다는 유족의 한탄이 모두를 무겁게 했다.

수의사를 꿈꾼 투신 여중생은 동물을 좋아하는 밝은 아이였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교우 관계는 물론 학교 성적도 우수해 또래 집단에서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 10월부터 발생한 집단 저격을 비롯한 모욕 행위와 폭력에 여중생의 생활은 어둡게 잠식됐다. 자해로 스트레스를 표현하던 여중생은 지난 8월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은 “세상을 경악하게 했던 부산이나 강릉, 인천 등 일련의 학교폭력 사건이 부러운 심정이다. 내 아이는 세상을 등져 다신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며 “수개월이 지나도록 책임자들의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진상규명 없이 사건은 축소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이 같은 목소리는 수개월 전인 9월부터 이어졌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직장인이었던 그는 다른 생활은 뒷전으로 미뤄야했다. 남은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를 보내야 할지 참혹한 심정이었다.

아이의 죽음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된 일은 학교폭력 재발 방지라는 사회적 목소리로 나아갔다. 전주 투신 여중생 사건이 있은 뒤 2개월 남짓 정읍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유족은 “파탄 난 가정의 가장이다. 배우자와 남은 아이가 울다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 가고, 배우자는 매일같이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아이가 떠난 첫 명절인 추석 우리 가족은 참혹함을 금치 못했다”며 “이러한 피해 가정이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 전반이 살펴야 할 때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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