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이 창작소리극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뭉쳤다.
  소리꾼 정민영, 차영석, 이용선이 무대에 오르고 전통 창작 뮤지컬 ‘도화동’을 작곡한 배영은이 곡을 맡았다. 여기에 방송 작가로 이름을 떨치던 김소라가 작과 연출로 공연을 이끈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군산 출신 작가 채만식의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인생’과 판소리 ‘흥보와 놀보’를 새롭게 각색한 창작소리극이다.
  채만식의 단편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은 1930년대 무기력한 지식인의 생활을 그려낸 작품.  일본 유학까지 마쳤지만 세계적인 경제공황 영향 속에 식민지 조선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당시 조선 지식인이 주인공 ‘P’다. 언젠가는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던 주인공 ‘P’는 궁핍한 생활을 전전하다가 결국 자신이 배운 지식이 쓸모없다며 9살 어린 아들을 학교 대신 인쇄소에 취직시킨다. 그가 내뱉은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라는 구절은 식민지 지식인의 비애를 알린 우리 근대문학사상 한 편의 명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리극은 흥보와 놀보가 봉탁과 순덕이라는 남매로 새롭게 태어나 세태를 비틀어 본다.
  배울 만큼 배웠지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는 주인공 봉탁. 그의 꿈은 훌륭한 교수가 되는 것도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대로 아름다운 가치를 지키며 평범한 삶을 지향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면 최고라는 마음으로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누나 순덕은 봉탁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봉탁이 어렵게 받아온 박사 학위도 돈 앞에는 무용지물이요, 정직한 마음도 돈 앞에서는 가치가 없다. 그러나 순덕의 온갖 못된 짓은 ‘돈’ 앞에 무용지물이 된다.
  김소라(극단 두루 대표)는 “식민지 시대의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 속에 레디메이드 인생이 생겼다면 현재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 속에 수많은 레디메이드 인생들이 사회로 나온다. 돈이라는 물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갑을 관계가 규정되는 세상, 가난한 사람은 꿈조차 가난해져야 하는 사회 속에서 비록 그 현실이 남루하고 초라해도 빛이 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봤다”고 말했다.
  연주는 김지영(타악), 서수진(아쟁), 배재현(피리·생황). 제작감독 박영준, 조명 하경국, 음향 정현명, 무대디자인 박정경, 포토그래퍼 김종선.
  8일 오후 7시 30분과 9일 오후 5시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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