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폭탄을 꺼내는 줄 알고, 겁을 잔뜩 먹었죠. 그런데 저금통이더라고요.”

완주군 고산면에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8일 고산면에 따르면 지난 5일 관내에 거주하는 A씨가 주민자치센터를 찾았다. 지제3급장애를 갖고 있는 A씨는 느린 걸음으로 직원에게 쭈뼛쭈뼛 다가서더니 점퍼에서 축구공 모양의 저금통을 불쑥 내밀었다.

담당 직원은 “처음에는 많이 놀랐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손때가 잔뜩 묻은 저금통이더라고요.”

A씨는 쑥스러워하며 “1년 가까이 모았다. 불우이웃돕기에 보태달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어 호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만 원짜리 지폐를 책상에 놓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직원들은 A씨가 놓고 간 저금통을 뜯었고, 그 안에는 10원짜리와 50원짜리가 가득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세어보니 액수는 놓고 간 만 원을 보태 2만5360원.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A씨가 기초수급자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본인도 장애를 갖고 있지만, 가족들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 부인은 지적장애 1급, 함께 거주하는 2명의 남동생 역시 각각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A씨는 이들의 가장인 것.

담당 직원은 “A씨는 평소 지역에서 성실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며 “마음씀씀이에 놀라웠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돈의 액수를 떠나 A씨의 온정이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불씨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수 고산면장은 “이번 성금 전달이 겨울철에 더욱 어렵고 소외받기 쉬운 불우이웃에게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고산면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완주=임연선기자ly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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