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남성중학교 류명렬 교장

당신은 비보이를 보며 열광한 적이 있는가?

요즘 크고 작은 행사에 가보면 비보이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비보이 공연을 보고 즐기며, 열광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서양문화, 서양음악이 유입된 것은 약 백여년 전 즈음으로 알려져있다. 처음 서양의 것이 유입되었을 당시 이를 불경한 것으로 여기며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백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대중문화로서 우리 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 나아가 오히려 이제는 서양에서 전래되었던 이러한 음악들이 역으로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인들이 우리의 K-POP이나 우리의 드라마를 보고 열광하고 있으며, 얼마전 우리나라 비보이 팀이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반면의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은 어떠한가?

농악, 판소리, 풍물 등으로 대변되었던 우리의 전통음악은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를 잡기 전까진 과거 우리나라의 대중문화, 대중음악으로서 우리문화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점차 그 위세를 키워나가면서 우리의 전통음악은 대중음악의 지위를 박탈당해 이른바 진짜 ‘전통음악’이 되었다.

혹자는 이러한 문화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우리 전통음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대중성과 보편성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과연 우리의 전통음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대중성과 보편성이 부족한 것일까?

우리의 판소리와 농악은 각각 중요무형문화재 5호와 11호로 지정됐다. 여기에 판소리의 경우 2003년, 농악은 2014년 각각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명실공이 세계를 사로잡은 뛰어난 음악의 부류로 인정받았다. 이처럼 대중성과 보편성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음악의 장르가 또 있을까?

농악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며, 요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비보이와도 비견된다. 농악의 상모돌리기, 자반뒤집기 등 흥겨운 우리 음악에 맞춰 펼쳐져있는 독무를 보고 있자면 마치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비보이에 빠져드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음악도 얼마든지 서양의 그것과 비교 했을 때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농악이나 판소리 등 우리의 전통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우리음악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뛰어남을 입증했는데도 정작 본고장인 우리 대중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하고 홀대 받는 현실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살면서 우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었고, 학창시설 장구를 잠깐 배우는 것, 그러한 것이 우리 음악과의 교감이 전부였기에... 현재는 TV속이나 생활 속에서 우리음악은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볼 수 있는 음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비보이 공연이나, TV속의 K-POP 등을 보며 열광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보고 열광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우리의 몸속에 그것들을 즐길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또 이러한 DNA가 어디서 생기게 되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이는 바로 우리가 과거 우리의 전통음악을 보고 즐기던 것에서부터 유래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익산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11-다호 이리농악, 중요무형문화재 83-2호 이리향제줄풍류가 있으며, 판소리의 고장답게 많은 명창들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 음악을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많다.

이제라도 우리 기성세대부터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음악과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지켜나가는 첫걸음임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문뜩, 수년전 TV광고 속에서 박동진 명창이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라고 구수하게 창을 하던 모습이 가슴에 크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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