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청년 피라모스와 아름다운 처녀 티스베가 한 성안에 살았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모들이 반대해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밀회를 위해 밤에 뽕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먼저 도착한 티스베는 입가에 피가 묻은 사자를 만났다. 황망히 동굴로 도망치던 티스베는 그만 머리에 쓴 너울을 떨어트렸다. 사자는 이를 물어 갈기갈기 찢었다. 나중에 현장에 도착한 피라모스는 티스베가 사자에 잡아먹힌 줄 알고 칼을 빼 자살하고 말았다. 이를 발견한 티스베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딘지 익숙한 이 줄거리는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다. 그러니까 세익스피어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름의 새로운 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비디우스는 로마의 3대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사랑을 노래하는 순진하고 재능이 많은 시인이었다. 그는 사랑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확신 아래 많은 연애시를 썼다. 변신이야기 외에도 ‘사랑도 가지가지’, ‘여류의 편지’, ‘비가’, ‘흑해로부터의 편지’ 등 작품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순탄치 못했다. 당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지만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미움을 받아 흑해의 외딴 마을로 추방당해 거기서 불운한 삶을 마감해야 했다. 추방 이유는 여러 설이 있지만 황제가 그의 시를 너무 선정적이라고 여긴 때문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오비디우스는 세련된 감각과 풍부한 수사로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깊은 영향을 주었다.
  로마시의회가 최근 오비디우스의 추방을 취소해야 한다는 발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가 로마에서 쫓겨난 지 2000년 만의 조치다. 발의안 통과를 주도한 다수당 오성운동은 “오비디우스가 겪은 심각한 모욕을 바로잡고 명예를 회복시키기를 원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로마시장도 “이번 결정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대한 인간일수록 분노를 잘 다스린다.’
  오비디우스의 말이다. 아마도 유배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는 분노를 다스리느라 애를 썼을 것이다. 비록 연애시인이기는 하지만 인간성에 대해 통찰한 위대한 예술가였던 그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우한 말년을 보내야 했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로마시의회가 뒤늦게나마 그를 복권시킨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탈리아인들의 예술에 대한 경외와 사랑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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