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이자 미국 최고의 부호인 워렌 버핏은 기부에 관해서도 세계 최고다. 그의 어록을 보자. “열정은 성공의 열쇠이며, 성공의 완성은 나눔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즐거웠던 기억들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것은 사회에 돌려주라”,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유산을 남겨 주는 것은 독이다” 등등 그는 자선과 관련한 명언들을 많이 남겼다. 실제로 그는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서약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기부에 열성적인 미국 부호는 워렌 버핏에 그치지 않는다. 철강왕 카네기를 비롯한 초기 자본주의 시대 재벌들을 차치하고라도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팀 쿡 애플 CEO,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모두 이 대열에 들어 있다. 이들 억만장자들은 이미 2010년 자신들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 서약에 동참했다.
  미국 시민들의 기부 열기도 재벌이나 지도층 못지않다. 미국 가구 중 65%는 정기적인 기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연간 기부금은 가구당 2213달러에 이른다. 미국을 기부대국이라고 부르는 연유다. 이처럼 미국은 사회 지도층이 모범적으로 기부행위를 하고 일반 시민들도 이에 적극 호응하는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힌다.
  미국의 기부 문화는 건국 초기부터 행정적 재정적으로 취약한 연방정부 등 공공부문이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나타내는 데 대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또 미국의 뿌리인 청교도 정신이 바로 청빈한 삶과 박애주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올 연말 들어 우리나라의 기부 민심이 싸늘하게 식어 있다고 한다. 비영리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14일 기준으로 27‘9도에 머물렀다. 즉 목표 액수의 27.9%만이 모금됐다는 의미다. 이는 예년 40% 수준을 웃돌던 데 비하면 아주 낮은 실적이다. 다른 모금 단체들의 성적도 이와 다르지 않아 일부 단체의 경우 운영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대해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은 모금된 돈을 사치에 흥청망청 써버린 이른바 ’이영학 사건‘의 영향에다가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인한 사회적 신뢰 추락이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기부에 있어서 후진국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기부마저 기업 중심이며 1회성이고, 비자발적인데다 다액소수라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기부문화의 토양이 척박한 것이다. 기부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계층 간 화해를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미덕이다. 새삼 기부대국 미국이 부러워진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