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술의 역사는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일에 상처가 나면 과즙이 스며 나와 껍질의 천연 효모와 작용해 술이 됐고 이를 우연히 마시게 되면서 인류의 음주 역사가 시작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농경시대가 열리면서 곡주가 탄생함으로써 술은 생활 깊숙이 자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술이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제왕운기’다. 여기서는 주몽 설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 내용은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을 초대해 술을 취하도록 마시게 한 다음 첫째 딸인 유화를 취해 주몽을 낳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고구려 건국 이전 이미 술이 일상화 돼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 측 문헌인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그 보다 일찍 술이 등장한다. 즉 삼한 시대 부여 영고나 예의 무천 그리고 한의 천제 등이 언급돼 있다. 이는 모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이 문헌에서 술과 관련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씩씩하고 용맹한데, 젊은이들은 집을 지을 때 등가죽을 뚫어 줄을 꿰고 큰 나무를 매달고 힘 있게 외치며 일하는 것을 강건함으로 여긴다. 매 5월에 밭일을 끝내고 귀신에게 제사하는 때에는 밤낮으로 모여 술을 마시고 떼를 지어 가무를 즐기는데, 춤을 출 때는 수십 명이 함께 땅을 밟아 음률을 맞춘다. 10월에 농사일이 끝나면 또한 이와 같이 한다.”
  이로 미루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술과 가무를 즐긴 민족인 것 같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오늘날에도 고위험 음주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바로는 30대의 66.3%, 20대의 63.5%, 40대의 59.4%가 고위험 수준의 음주를 하고 있다. 여기서 고위험 음주란 과음이나 만취, 폭음 등 건강에 해가 되는 양으로 소주로 환산 했을 때 8.8잔 정도다. 또 음주자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음주량 보다 더 많은 양을 마시고 여성들도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을 넘겨 마시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주 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을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음주는 각종 질환과 주취 폭력, 음주운전 사고 등 천문학적인 수치의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15년 기준으로 음주의 사회적 비용이 9조 45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음주에 대해서는 관용적이고 둔감한 편이다. 절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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