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올해의 수능시험도 지진으로 연기 되는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일렬로 줄 세운 수능시험 결과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는 일이 또 다른 힘겨운 관문으로 닥아 왔다. 본인의 적성이나 국가의 장래 인재 필요성은 뒷전이고 점수 결과만을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하는 방법은 재고되어야 한다. 많은 논란이 되어온 대학 수능시험의 필요성과 더 나아가 입시 제도를 포함, 교육제도 전반을 재성찰하는 계기되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나라를 잃은 왜정기간과 6.25의 잔혹한 전쟁을 치르면서도, 고려로부터 조선조에 이르는 확실한 신분 수직 상승 수단이었던 과거제도로 인하여 우리 민족의 머리에는 교육의 절대 가치가 각인되었나 보다. 해방 후 1970년대까지는 못 배운 것이 한이 된 부모가 소 팔고, 마지막 남은 논마저 처분하여 자녀 교육을 시켰던, 대학을 우골탑이라 부르던, 한풀이 교육시대를 지나 1980년대 이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자녀를 통하여 이루려는 대리 만족 교육 시대를 너무 오래 거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정 대학 입학을 목표로 교육이 시작되니 한정된 정원에 수십만 입시생이 몰리는 경쟁으로 사교육은 물론이요 효과가 불분명한 족집게 과외까지 판치는 세태가 되었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경향은 있지만 이렇게 심한 한 방향의 과잉 경쟁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인간이 태생적으로 끈임 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창의성의 본질인 호기심과 생존의 바탕인 필요를 추구하는 본성에 기인하는데, 공교육 시작과 함께 틀에 짜인 교육제도에 함몰되어 호기심과 자기만의 관심, 그리고 도전 본능은 사그라지고 현실에 자신을 맞추다보니 너나 나나 거의 비슷한 능력과 지식을 갖는 판박이 인재가 양산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국가적으로 초기 발전 단계까지는 양산된 이들 인력이 필요했으나 모든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지금 세계에서는 한 방향이 아닌 여러 영역에서 앞서가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로부터 대학까지 교육제도의 대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천재는 있을 수 있지만 몰입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평생 일할 생태계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제 교육이 이 여건을 만들 책임이 있다.
 낡고 빛바랜 문서지만 국민교육헌장에는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저마다의 소질, 즉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북돋우고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우리 다음 세대에게는 일생동안 도전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자. 이를 위하여 초등학교에서는 큰, 넓은 영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도록 하고, 중학교에서는 범위를 조금 좁히고 고등학교에서는 더 세분화, 구체화 하도록 한다. 전문 교육이 필요한 경우 대학은 차별화된 교육을 통하여 스스로 선택한 분야를 심화 할 수 있게 특화 교육을 담당하도록 한다. 출세지향적인 인기가 아닌, 성취가 더 보람된다는 것을 아는 인재를 기르자.
 비슷한 입시제도, 유사한 교육내용, 암기식 교육방법으로는 창의는 말살되고 이 시대의 명제인 도전과 창조는 불가능하다. 교육제도 개선을 위하여 학부모의 이해, 교사의 재교육, 그리고 교사 양성기관의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앞으로 나라 운명을 좌우 할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은 교육을 통한 사고방법의 혁신 없이는 결코 우리 곁에 닥아 올 수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젊은이가 공무원을 선호하는 나라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소로스의 경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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