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농업기술원 김동완 농업연구사

앞서가는 사람은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이다.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땀의 밭이랑을 열심히 일구어 가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은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농업에서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은 어디일까? 아마도 그곳은 바로 ‘소비자의 마음’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터넷 시대가 오고 농업 속에 있는 유·무형의 가치와 이야기들이 세상에 들어나면서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의 성격은 혁명적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수집과 분산’, ‘생산과 소비’라는 농산물 유통의 기본 개념들이 독점구조, 일 방향 구조에서 다양한 주체, 양방향 구조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는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추세지만 한국은 유달리 그 속도가 빠르다. 가구원수별 가구 분포는 불과 10년 전까지 4인 가구가 가장 많았지만, 그 규모가 점점 줄어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주류로 나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구원수별 가구분포 중 1인 가구 비중은 2005년 317만가구(15.5%)에서 2015년 520만가구(27.2%)로 늘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는 4인 가구가 주를 이뤘지만 2010년에는 2인 가구,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를 앞질렀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6년 1인 가구 평균 소득은 2424만원이며 평균소비성향은 68.3%다. 평균소비성향은 소득 중 조세와 연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비지출의 비중을 말한다. 그리고대한상공회의소의 2013년 자료에 의하면 1인 가구의 전체 소득 중 가처분소득 비중을 32.9%로 분석했는데, 이는 3~4인 가구가 17.2%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로 1인 가구의 강한 소비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각종 자료로 분석해 볼 때, 1인 가구 소비 행태는 의식주 측면에서 개인화·간편화·다양화의 성격이 강하며 다인 가구와 확연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성향은 관련 산업들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품산업 분야에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뚜렷해 지고 있는데, HMR(가정대체식품)의 큰 증가세가 바로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의 준말로 가정대체식품 혹은 가정간편식을 뜻한다. 간편하게 데우거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러나 ‘맛없는 음식’,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등 가공식품에 대해 갖는 비판적인 인식 때문에 HMR 시장은 한때 한계에 부딪쳤었다. 이러한 인식을 파악한 유통업, 식품업체들의 투자와 노력으로 소비자들의 맛, 위생, 건강 모두를 충족시키는 HMR 식품이 속속 출시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매우 다양한 HMR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여 골라먹는 재미까지 생겼다. 최근 HMR 시장은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넘어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업체들도 즉석밥에서 반찬을 넘어 스테이크에 이르기까지 품목을 다양화·고급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조6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올해 2조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 성장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져 4년 뒤인 2021년에는 시장 규모가 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주요 업체들은 HMR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HMR시장의 대표적인 기업인 CJ제일제당은 HMR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5년간 120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지난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약 40% 성장한 1조50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이런 성과를 토대로 HMR 사업을 지속 확대해 2020년에는 국내외 매출 3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CJ제일제당은 현재 햇반부터 가정식, 요리에 이르기까지 50여가지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햇반은 즉석밥의 대명사일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제품이다. ‘비비고’는 프리미엄 냉동 간편식 성장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대표 메뉴인 국·탕·찌개를 메뉴로 한 ‘비비고 가정간편식’도 출시했다.

문화의 변화와 성장은 관련 산업들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논다. 그렇기 때문에 HMR 산업은 1인가구 증가, 맞벌이 증가라는 사회적인 변화에 맞춰 생겨난 새로운 식문화의 양식이기 때문에 그 성장성은 크게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변화에 미리 대응하는 삶만이 내일이 있고,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개개인이던 기업, 산업이던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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