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육됐다”
  젊은 작가 이올의 외침이다.
  이올은 미술적인 자기 고백을 통해 사회적 규범 속에서 철저하게 프로그래밍 되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규범 속에서 사육(飼育)된다. 사육 과정에서 등급이 매겨진다. 그 기준은 사육사 즉, 힘 있는 자가 바라는 상에 가까워야 한다. 좋은 등급의 결과는 ‘사회적으로 그럴싸해 보이는 사람’ 이다. 미술로 고백한다. “나는 사육됐다”고. 그 과정에서 원하는 자유를 포기해야 했지만, 그 프레임 속에서 보호받았고 안정감도 느꼈다. 그래서 뛰쳐나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안주하고 있다.”
  그는 현재를 사는 청년의 갈등을 경쾌한 상상력으로 표출하고 있다. 명확한 개념을 설정하고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13점의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설정한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시장 입구에 철장을 설치해서 마치 동물을 사육하는 우리에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거지에는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전시장 중앙, 붉은빛이 새어 나오는 냉장고의 냉장실 안에는 수십 개의 유아용 우윳병이 진열되어 있고, 냉동실에는 채집한 잡초를 투명 아크릴릭 상자에 넣어서 사육하고 있다. 그곳에 작은 팬이 돌면서 바람을 일으켜 잡초가 흔들리고, 그 장면을 캠코더가 촬영하면서 실시간으로 벽면에 상영한다. 발랄하고 경쾌하지만, 관람자에게는 복잡한 감정을 자극한다.
  벽면에 걸린 회화를 보면, 어릴 적 돌사진을 자유로운 필법과 드리핑 기법을 혼용해서 농후한 회화성을 드러내고 있고, 100호 3개를 병렬한 전면의 대작 ‘유행에 민감한 남자들’은 자주색 스냅백을 쓴 몰개성적인 군상의 뒷모습과 침묵의 나선형이 긴장하면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의 두 번째 개인전 ‘먹이를 함부로 주지 마시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교동아트스튜디오(2관)에서 열린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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