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전주시 동서학동 전주교대 인근 한 편의점, 굳게 닫힌 매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직원이 없는 새 헛걸음 했다는 생각도 잠시 20대 남성이 출입문 한쪽 단말기에 신용카드를 가져다 대자 문이 열렸다.

출입문 한쪽에 무인 운영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매장 이용 방법이 게재됐다. 출입은 신용카드 등을 활용해 신원 확인을 거치는 방식으로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매장 안은 직원만 없을 뿐 여타 편의점과 같았다. 컵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온수부터 냉동식품을 데워 먹는 전자레인지, 그 외 잡동사니까지 ‘없는 것 없다’는 편의점에는 직원과 주류만 없었다.

무인 편의점을 찾은 고객들이 물품을 고르고 셀프 계산대에서 결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은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한 편의점 업주는 “인건비가 올라 가족들끼리 돌아가며 지키는데 최근에는 무인 편의점도 생겨 고민 중이다”며 “시설비가 다소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일 듯하다”고 말했다.

주유 업체와 극장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직접 결재한 뒤 주유하는 셀프 주유소가 늘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기름 값 인상이 업종 변환의 주요 원인이었다면 근래는 인건비 인상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번호표를 뽑고 장시간 대기하던 극장가 창구는 반토막 나고 무인 발급기가 자리를 매웠다. 낯설음도 잠시 익숙해지면서 순환이 빠른 무인 발급기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티켓팅 방식이 변한 셈이다.

3년차 직장인 K씨(32)는 사내 정규채용이 없는 가운데 막내 생활을 이어가 나날이 한숨이다. 임금 상승에 따른 신규채용 ‘스톱’ 선언이 수일 전 있었던 종무식에서 선포돼 K씨의 막내생활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K씨는 “임금 상승이라고 하면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같은 피해로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회사 방침을 듣는 순간 사직서를 제출할 뻔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시간 기준 7530원에 해당하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우려가 현실로 됐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가장 높은 인상 금액(1060원), 역대 세 번째 인상률 16.4%(1991년 18.8%·2000년 16.6%)로 그간 다양한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제기됐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업계들의 노력은 현대화로 포장된 무인 시스템 도입 가속화를 불러온 모양새다. 여력이 닿지 않는 규모의 사업장은 신규 채용을 중단한 채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소극적인 투자 형태를 공고히 했다. 일련의 변화는 결국 얼어붙었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는 일자리 감소로 귀착돼 근로자들의 한숨으로 이어졌다.

취업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전북지역 `12년 57.4%, `13년 58.1%, `14년 57.7%, `15년 58.5%, `16년 59.4%, 17년 3/4분기 58.8%으로 집계됐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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