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회사 관리자이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산업 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중요한 통계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산업 재해가 발생할 때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 했던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 발생 비율이 1:29:300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일어난다는 법칙이었다. 이를 발견자 이름을 따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 예는 허다하게 많다.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를 보자. 1912년4월10일 타이타닉호는 영국 사우샘프턴 항구를 떠나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하지만 중간에 빙하와 부딪쳐 배는 가라앉고 무려 15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숨졌다. 그런데 후일 사고 발생 전 계속 울렸던 경고들이 무시된 사실이 밝혀졌다. 선장은 6개월 전 영국 순양함과 충돌 직전까지 간 전력이 있었고 여러 차례 전해진 빙하경고를 무시했다. 또 탐조등 망원대가 없었고 배의 칸막이벽이 해수면 위 3m에 불과해 낮았다. 이런 요소들만 시정되었더라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1995년 터졌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마찬가지다. 시공 6년 만에 붕괴됨으로써 1400여명의 사상자가 난 이 사고 역시 사전에 불거졌던 징후들에 대처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참사였다. 옥상에 76톤의 장치가 설치돼 설계 하중의 4배를 넘었고 천장과 벽 곳곳에 금이 갔으며 옥상 바닥이 손상되는 등 작은 사고들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이를 완전 무시했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제천 복합상가 건물 화재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예였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많았다. 건축 당시부터 부실 시공 된데다 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에 법 제도적 문제 그리고 시민들의 준법정신 부족까지 이미 예고된 인재였다. 거기에 열악한 소방 인력 장비는 화재 진압에 장애요소로 작용했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오듯 세상의 모든 일은 사전에 징조들이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대형 사고들은 사전에 발생한 사소한 문제들을 방치함으로써 일어났다. 사소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면밀히 살피고 잘못된 점을 시정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흔하다. 모두들 하인리히 법칙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잘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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